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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정관계 지도자 오찬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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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정관계 지도자 오찬 이모저모

입력
199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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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없는 대화 70분… 정치얘기 안해/“광복50돌 건배”에 일제히 화답/양김 “오랜만입니다” “건강하시죠”/DJ·KT 눈길피하며 어색한 악수김영삼 대통령과 정·관계지도자 24명은 23일 낮 청와대본관 인왕실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창당준비위원장이 참석, 3년만에 김대통령과 대좌해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일단 서로 안부를 묻는데 그쳤으나 회동자체의 정치적 의미는 적지않은듯 했다.

○…김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낮12시부터 1시간10분동안 마주앙을 반주로 해 칼국수를 들면서 광복 50주년의 의미와 구총독부건물 철거등을 화제로 삼았다. 참석자들은 모두 밝은 표정이었으며 정치얘기는 일체 꺼내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자 김대통령은 『편하게 윗옷을 벗는게 어떻습니까』라고 제의한뒤 『청와대 오찬에 마주앙이 나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포도주잔을 들고 『광복 50주년도 맞고 했으니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우리나라의 번영과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합시다』라며 『건배』를 선창하자 참석자 모두 『건배』라고 화답한뒤 일제히 건배했다. 또 김대통령이 『우리 박수 좀 칩시다』라고 다시 제의하며 박수를 유도하자 김대중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일제히 박수로 응답했다.

이에 앞서 참석자 24명은 상오 11시37분께 조규광 전헌법재판소장이 일착으로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속속 본관앞까지 승용차를 타고들어와 본관1층 충무실에서 대기했다. 마지막에서 세번째로 도착한 김위원장은 이기택 민주당총재를 보고 악수를 청해 인사를 했으나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등 어색한 분위기였다.

상오 11시56분께 김대통령이 들어서자 김위원장은 참석자 맨 앞쪽에 서서 처음으로 김대통령과 활짝 웃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이때 김대통령이 『오랜만입니다』고 인사를 건네자 김위원장은 『건강하시죠』라고 화답했다. 참석자들과의 인사를 끝낸 김대통령은 12시 정각에 참석자들과 함께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한편 청와대측은 이날 참석자들에 대해 본관현관까지 차량을 타고오도록 한 것은 국빈급 외국원수들에 대한 예우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김대중 창당준비위원장은 청와대오찬이 끝난뒤 여의도 당사에 돌아와 지도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들에게 오찬 분위기를 전하고 감회를 피력했다. 김위원장은 먼저 『예측했던 대로 특별한 얘깃거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이날 회동이 「여럿이 모여 밥 한끼 먹는 자리」였음을 강조했다.

김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청와대오찬모임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의식한 듯 『대통령을 만나 서로 대단히 정중하고 친절한 태도로 인사를 나누었다』며 우호적 분위기였음을 부각시켰다. 그는 또 대통령비서실장등 청와대비서진들이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고 전해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위원장은 김대통령과의 대화내용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식사도중 10여분에게 말을 걸면서 나에게 「요새 바쁘시겠습니다」고 해 「건강은 어떠시냐」고 인사했다』고 밝혔다.

김위원장은 『대통령께 언제 유엔에 가서 연설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10월에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다고 했다』면서 『북한은 우리측 연설 다음에 일정만 잡아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위원장은 이번 청와대회동을 전후해 김대통령과 단독회동에 대한 암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그러나 『우리당이 정당으로 정식 출범하면 여야간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대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대화는 서로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말해 단독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신재민·이계성 기자>

◎청화대오찬 대화록<요지> /김 대통령 “일류국가 향해 매진”/“칼국수 먹어보니 소문대로 맛있습니다/원로지도자들 활동할수있게 뒷받침을”

김영삼 대통령과 정·관계 지도자들은 23일 낮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메뉴로 점심식사를 한뒤 광복 50주년의 역사적 의미등을 주화제로 삼아 대화를 나누었다. 김대통령은 또 참석자들에게 세계 중심국가의 건설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김대통령=청와대 메뉴중 제일 유명한 칼국수입니다.

▲강영훈 전총리=먹어보니 소문대로 맛있습니다.

▲김대통령=비가 많이 와 대부분 해갈이 돼 다행입니다. 우리 농사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비입니다. (윤관 대법원장과 신현확 전총리의 근황을 물은뒤 노신영 전총리에게) 요즘도 농사를 지으십니까.

▲노전총리=요즘은 서울에 있습니다.

▲김대통령=(김대중 위원장에게) 요사이 수고 많이 하시지요.

▲김대중위원장=(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유엔총회에 가셔야지요. 북한에서는 누가 대표로 옵니까.

▲김대통령=누가 온다는 말은 없고 그냥 연설신청만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기택 총재에게) 요즘 고생 많이 하시던데요.

▲이기택 총재=야당이란 워낙 그런 것이 아닙니까. 원로지도자들이 활동을 활발히 할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뒷받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통령=(이철승씨에게) 우리 미국에서 만났지요. (다시 이민우씨에게) 고희때 생신을 차려드린 기억이 나는데 벌써 팔순이 넘으셨군요.

▲이민우씨=그때 성대히 해주셨지요. 그당시 제가 등산을 배웠습니다. 초기에는 10명미만이 산에 가 안기부 사람들이 더 많았었지요.

▲김대통령=8·15경축식 직후 모시려고 했는데 꼭 참석하셔야할 두 분이 외국에 가 계시는 바람에 날짜를 늦추었습니다. 광복 50주년은 우리가 잊을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결심과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할 시점입니다. 조국광복을 위해 애쓰시던 분들, 들판에서 이름없이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할때 광복 50주년은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완전한 광복은 우리가 통일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후 전쟁으로 가장 가난했던 나라였는데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 두 가지를 성취했습니다. 하나는 문민민주주의를 이룩한 것이고 또하나는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세계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일류국가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갈 것입니다. 광복 5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여러분의 협력을 바랍니다. 애국적인 견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중심국가가 될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데 여러분과 국민의 도움이 합쳐지면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수 있다고 확신합니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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