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많은만큼 「함정」도 많다/현지 파트너와 불화·시장조사 미비로 고전일쑤/사소한 이유들어 늑장결제·값 후려치기도 예사한중수교후 3년동안 중국은 한국기업에 「기회의 땅」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수출전진기지, 세계인구의 5분의1을 점하는 거대시장등의 잠재력으로 국내기업들에 신시장개척 1번지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제3의 교역상대국이며 한국 제1의 해외투자대상국이라는 사실은 중국붐의 열기를 확인시켜준다. 특히 한중수교와 함께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면서 대중 투자는 20배이상 급증했다.
기업들의 중국진출붐은 화려한 실적만큼이나 어두운 그늘을 지니고 있다. 기회의 땅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잡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중국시장의 특수성에 밀려 좌초한 기업들도 상당하다. 기회가 많은만큼 곳곳에 도사리고있는 함정도 만만치 않다.
냉장고내수판매를 위한 합자회사를 세웠던 전자업체 A기업은 89년 천안문사태로 좌절을 겪은 케이스. 수교이전인 88년 비교적 일찍 진출했지만 천안문사태로 인한 긴축과 맞물려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경영권을 중국에 넘겨주고 93년 철수했다. 시장수요를 과대평가했고 냉장고 생산과 판매에 문외한인 파트너를 선정함으로써 회생에 실패했다. 문구류업체인 B사는 전량내수판매에 매달린 전략이 빗나가면서 한차례 좌절을 겪었다. 상하이로 문구류시장이 넘어간 시점에 베이징으로 입지를 선정한 것도 실패의 요인이었다. 다행히 수출시장으로 물량을 전환하면서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
전선제조업체 C사는 현지 국영기업 경쟁자의 견제로 고사직전에 놓여 있다. 해외투자와 사업경험이 없어 현지파트너와 불화가 잦았던 터에 중국측 경쟁사가 전문인력과 원료확보를 방해하면서 경영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국내로 일부제품을 반입하는 고육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있다.
함정에 빠진 업체는 중국투자에 나섰던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중국특수붐을 타고 많은 물량을 실어냈던 종합상사들도 중국의 악덕바이어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종합상사협의회가 이달초 자체 조사한 결과 선적서류상 아주 경미한 오자를 이유로 대금결제를 미루거나 가격을 후려치는가 하면 물품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으며 각사마다 수십만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달러의 수출대금이 물려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이같은 함정들을 피해 중국에서 기반을 잡은 슬기로운 기업들도 많다. 컨테이너제조업체인 (주)진도와 세계적인 텐트제조업체 진웅의 중국진출전략은 단연 돋보인다. 92년 광저우(광주)에 컨테이너생산공장을 설립한 진도는 93년1월부터 생산에 착수, 올해생산목표 5만 TEU(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매출 1억달러수준으로 성장했다. 진도의 성공비결은 본격적인 해외투자가 처음인 점을 감안, 홍콩 일본등 외국기업, 한국의 포항제철등에 투자참여를 요청해 투자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운영에 필요한 역할을 분담한데 있다.
텐트업체 진웅은 88년 비교적 일찍 진출했으면서도 중국측 인사와의 긴밀한 유대를 바탕으로 중국공략에 성공했다. 진웅의 중국공장은 현지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외국기업으로 꼽힌다. 진출초기부터 전량수출로 돌렸고 고용증대등으로 현지정부와 주민들과의 관계를 개선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렇듯 명암이 엇갈리는 중국의 진출에는 신중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대한무역 투자진흥공사의 이인석 중국실장은 『중국이 매력있는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철저한 시장조사등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만만디」나 후진국 고정관념으로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91년 수출량에서 한국을 추월했고 의류 섬유 봉제등 노동집약적 분야에서 조선 가전등에 이르기까지 가격경쟁력을 키워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기 때문이다.<이재열 기자>이재열>
◇투자협상시 10계명
△인내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라. 중국인의 협상능력은 세계 제일이다.
△장기전에 대비하라. 협상시간을 끌어 상대를 초조하게 하는것은 중국측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상대편의 체면과 자존심을 존중하라. 상대방의 장점 능력을 추켜올리는 덕담이 필요하다.
△중국인의 대답을 잘 들어라. 가이(할수있다) 호(좋다)등은 의사가 없거나 확정되지않는 상태를 말할때 자주 쓰인다.
△로비스트를 활용하라. 인맥을 중시하는 중국인은 직접접촉보다 관계를 통한 접촉을 선호한다.
△과잉기대는 하지말라. 최소한의 타결이상의 기대를 갖지말라.
△상식선의 사양과 배려도 금물이다. 처음부터 양보한 사항은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않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 일부러 도발적인 태도로 상대를 떠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후까지 결정권자를 등장시키지말라. 협상 당사자와의 협상과정을 무시하고 결정권자와의 타협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측과의 협상은 여성과 고양이를 대하는듯하라. 응석을 받아주면 기어오르고 쫓아가면 도망가고 모르는 척하면 어느새 다가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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