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범행” 수사확대/지점·본점 모두 “쉬쉬”/빼낸 7천만원중 5만원만 절도처리【부산=박상준·목상균 기자】 한국은행 부산지점 지폐유출 사건은 부산지점의 조직적인 축소·은폐를 본점측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덮어준 구조적인 비리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지검 형사1부와 부산중부경찰서는 23일 한은부산지점이 사건발생후 대책회의까지 열어 범인 김태영(40·구속)씨의 범죄사실을 축소했고 한은 본점측도 이를 잘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김씨가 거래했던 부국증권 부산지점등 부산지역 증권사 6개소와 남부산세무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김씨가 지난 89년부터 모두 11억7천만원상당의 증권거래(입금액 기준)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에따라 김씨가 정사실 근무 이전 10여년간 서무과에서 금고작업을 담당했을 때도 지폐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이날 하오 자진출두한 전지점장 박덕문(52·본점 계리부장)씨, 전부지점장 강화중(47·금융결제원 파견)씨등의 진술과 한은 본점으로부터 제출받은 「인사위원회 심의자료」를 토대로 한은지점과 본점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심증을 굳혔다.
한은 본점이 이날 경찰에 제출한 「인사위원회 심의자료」에는 범인 김씨가 93년 12월 38만원, 94년 4월11일 17만원을 절취했으며 범행발각 당시인 94년 4월26일에는 5만원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돼 있었다. 이 문서에는 김씨를 5월11일자로 면직하는 내용에 본점의 고위간부진들이 서명했다.
그러나 정사과장 편봉규(56)씨는 당시 김씨의 범행적발 직후 박지점장, 강부지점장등 3명이 대책회의를 갖고 당시 세단기에 남아있던 7천2백65만원중 김씨의 호주머니에 있었던 5만원만을 훔친 것으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경찰에서 진술했다. 지점측은 본점에 김씨가 훔친 5만원 이외에 「셀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이 세단기에 남아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한은 본점은 지난해 5월6일부터 3일간 인사부, 발권부, 감사실직원등 4명이 부산지점에 내려가 자체조사를 하면서 범인 김씨를 부르지도 않았고 지점측의 조사내용만을 토대로 김씨가 3차례에 걸쳐 55만원만을 훔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본점측은 또 지점이 김씨의 비밀노트에 증권거래 내역이 적혀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이부분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아 지점측의 사건은폐·축소에 적극 동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덕문 전지점장 일문일답/“범행 보고받고 부지점장 상경 본점 직보”
한국은행 전부산지점장 박덕문(52)씨는 지폐유출사건과 관련, 23일 하오 2시30분께 부산 중부경찰서에 자진출두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내용.
―범행사실은 언제 어떻게 알았나.
『지난해 4월26일 범행 적발직후 편봉규 정사과장이 지폐유출사실을 보고해와 알았다』
―사건을 왜 축소 은폐했나.
『축소 은폐한 것이 아니라 사고당시 김씨가 세단기 밖으로 빠져나온 5만원만 훔쳤기 때문에 세단기안에 떨어져있던 7천2백60만원은 사고금액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본점 보고서 내용엔 세단기 내에 손상권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했었다』
―김씨의 비밀노트 처리는.
『은행간부중 1명이 봉투를 들고와 김씨 사물이라고 보고해 강화중(47)부지점장을 시켜 증권거래 내용이 기술돼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뿐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춰보지 않았다』
―본점 보고는.
『사고 다음날 은행 내규집을 참고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날 상오 9시께 강부지점장이 비행기편으로 서울로 올라가 감사실등 본점 고위관계자에게 사고경위를 직보했다』<부산=목상균 기자>부산=목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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