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은개혁」 다시 도마위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은개혁」 다시 도마위로

입력
1995.08.23 00:00
0 0

◎정부일각서 “독립성논쟁 해결할 절호시점”/외부인사 총재·재경원감사권 부활 등 거론한국은행 지폐유출사고가 「한은개혁」문제로 번지고 있다. 수십년동안 끌어온 해묵은 과제이면서도 아무 결론없이 감정적 소모전만 거듭해온 「중앙은행 독립성」논란은 이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향후 정·관·금융계에 또 한차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사건이 단순절도에서 대형범죄로, 관리소홀에서 축소·은폐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정부일각에서 「한은개혁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은문제를 풀 절호의 시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밖에 있는) 한은개혁론자들의 논리는 「한은의 성역화」에서 출발한다. 사실 중앙은행 독립논쟁이 10년이상 계속되면서 「정부=가해자, 한은=피해자」란 인식이 자리잡혔고 이 때문에 정부가 여론의 공세를 받는 가운데 「한은피해의식」이 생겨나기도 했다. 정부는 예산 조직운영등 한은의 「정책외적 업무」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재정경제원이 법으로 보장된 한은 업무감사권을 12년동안 한번도 행사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해온 것도 「독립성침해」운운하는 오해 때문이었다. 재경원내엔 예나 지금이나 「한은은 통제받지 않는 기관」이란 시각이 팽배해있다.

물론 한은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고, 국정감사의 대상이긴 하나 정부기관치고는 외부감독의 강도가 낮은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정부예산(세금) 아닌 발권력(본원통화)에 의존하는 탓에 예산 지출 조직운용등의 자율성은 매우 큰 편이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80년대말 한은법파동이후 양측 「신사협정」에 의해 의장인 재경원장관은 아예 참석조차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신용정책의 자율성과 정부조직으로서 규율준수는 별개 문제이다. 화폐가치의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다고 해서 일반 조직기능까지 정부감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한은=무풍지대」란 문제의식은 재경원 보다는 청와대쪽이 훨씬 더 심각한 것 같다. 이번 지폐유출사고를 계기로 청와대에선 재경원의 한은 감사권부활, 나아가 예산 조직운영에 대한 전반적 감독체계 확립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초 한은법 개정문제를 놓고 한차례 접전을 치렀던 재경원으로선 먼저 한은개혁문제를 제기할 경우 「의도」를 의심받을수 밖에 없어 섣불리 한은위상개편을 말할수 없는 입장이다. 재경원의 한 고위당국자는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재경원―한은 관계에서 우리가 감사권부활이나 개혁문제를 주장하면 또다시 「싸움」이 되어버린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은개혁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풀릴 사안은 아니다. 통화신용정책의 정부불간섭과 일반업무에 대한 감독의 영역구분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업무감독권을 행사할 경우 마음만 먹으면 통화관리개입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끝까지 「순수성」을 유지할지 미지수다. 김명호 총재가 사퇴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가 한은독립저해의 계기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따라서 섣부른 한은감독체계개편은 「중앙은행 독립성」논쟁을 재연시킬 공산이 크다. 이 점을 잘아는 정부도 이번 사건을 국회 계류중인 한은법 개정안통과와 무리하게 연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단계에서 정부의 한은개혁해법은 두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공석중인 한은총재를 외부인사로 임명, 한은개혁을 원격조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법으로 보장된 재경원 업무감사권을 실질적으로 부활하는 것이다.<이성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