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자격 대화상대 인정/단독대좌는 피해 「특별위상」 시각 배제김영삼 대통령이 23일 김대중 새정치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을 3년만에 공식대면하는 것은 무엇보다 김위원장의「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6·27 지방선거를 계기로 형성된 「신3김구도」의 정국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향후 여권의 대야관계 재정립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의 회동이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단독대좌가 아니고 김위원장이 29명의 초청대상자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김대통령이 여전히 김위원장의 특별한「정치적 위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측은 김위원장과의 대면에 별다른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날의 회동이 김위원장과의 만남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광복 50주년이란 역사적 시점을 맞아 8·15기념행사의 연장선상에서 정계 원로들을 초청해 국민대화합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라고 정치적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김대통령은 마치 사자가 토끼를 잡을때 보여주는 열성을 가지고 사회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8·15사면에 나타난 화합조치의 연속에서 앞으로 정계뿐아니라 다른 분야의 원로들과도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또 『김위원장은 어디까지나 초청대상인 29명중 한 사람』이라며 『김위원장과의 별도회동등 특별예우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김위원장이 초청대상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야3당의 대표중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위원장이 정계복귀를 선언했을때 『신당이 정당으로서의 골격을 갖추게 되면 김위원장에 대해서도 야당대표로서의 자격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현실화한 것뿐이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날의 회동이 단독이 아닌 그룹형식이긴하나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대면은 시기적으로 적지않은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래 그의 정치적 비중과 역할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김위원장이 정계에 복귀했을 때도 결코 곱게 보지 않았지만 엄연한 제1야당의 대표로 자리잡은 이상 김위원장의 존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같다. 집권후반기의 정국운영을 대화합의 기조로 이끌겠다고 선언하면서 또하나의 정적이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도 화해했는데 김위원장과의 만남을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명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김위원장과 단독대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 이미 여권에서는 내년 총선이나 97년 대선에서 김위원장을 제1의 경쟁자로 상정,「세대교체론」으로 맞받아치고 있는 마당에 김위원장에게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우리 정치사에서 차지해온 정치적 비중이 어떻든 한 사람은 대통령이고 또다른 한 사람은 야당의 대표인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때문에 김위원장에게만 특별한 예우를 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때 이날의 회동은 김위원장에 대한 향후 대응과 관련해「만나야한다」는 명분과 「인정하기 싫다」는 실리를 함께 취하고자 하는 김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국민회의,겉으론 시큰둥·내심 “반색”/YSDJ회동 정치권 반응/정계복귀 확인효과·향후 「양김관계」 기대감/민자 “참석 다소 의외” 표정속 대화내용 주목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창당준비 위원장의 23일 만남이 비록 다자회동의 한부분이지만 회동의 상징성을 감안, 정치권은 비상한 관심을 쏟고있다.
○…새정치 국민회의는 김대중위원장의 청와대오찬 참석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 정당대표의 한사람으로 초청받은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며 겉으로는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다. 여기에는 김위원장의 정계복귀후 처음 이뤄지는 김대통령과의 회동이 3부요인과 정당대표등도 함께 참석하는 형식이라는 점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위원장은 22일 기자들이 청와대회동에 대한 감회를 궁금해하자 박지원 대변인을 통해 『여럿이 모여 점심 한끼하는데 감회는 무슨 감회냐』 면서 『불필요한 말을 하지말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하지만 김위원장은 이번 청와대 회동이 그동안 불편했던 김대통령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내심 흔쾌히 여기고 있는 것같다. 이는 김위원장이 21일 밤 김영구(김영구)정무1장관의 청와대초청 전화를 받고 망설임없이 선선히 수락한 데서도 드러난다.
김위원장은 또 이번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김영삼대통령을 만나지만 결국 회동의 스포트라이트는 자신과 김대통령의 만남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경우 신당의 대국민 홍보 및 자신의 이미지관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자신의 완전한 정계복귀를 재확인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것같다.
사실 김위원장은 그동안 틈날 때마다 김대통령과 만나 남북문제등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향후 정계개편과 내년 총선, 97년 대선구도를 염두에 두고 김대통령과 적절한 수위의 긴장유지와 함께 사안별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이다.
이와관련, 국민회의의 한관계자는 『두분은 오랜만에 만나 눈빛과 손한번 잡아보는 것으로도 서로의 내심을 파악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정치가 아직은 두분이 축이 되어 이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두고 볼만하지 않겠느냐』고 이번 회동후 양김관계에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민자당은 청와대회동을 8·15대사면에서 나타난 「대화합·통합정치」의 일환으로 보면서 두사람이 만나 나눌 얘기를 크게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당초 김대중위원장이 「단독회동」이 아닌 자리에 참석할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던 일부 민자당인사들은 김위원장의 참석소식이 전해지자 다소 놀라는 모습이었다.
김윤환대표는 『집권후반기를 맞아 김영삼대통령이 다시한번 통합·화합정치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김위원장을 초대한 일도 그런 취지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변인도 이같은 해석을 재차 확인하며 『김위원장과의 단독회동도 정치적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이계성·김동국 기자>이계성·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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