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애초부터 민주계 결심… 협의배제22일 뚜껑이 열린 민자당 고위당직개편의 초점은 민정·민주계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사무총장자리였다. 이 문제를 놓고 김영삼대통령은 다시 한번 모든 사람의 허를 찌르는 「단독작품」을 선보였다.
당내에서는 일찍부터 「민정계총장」구도를 예상했었다. 김윤환대표위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정계 인사들이 『당화합과 실무적 선거관리를 위해 대표와 호흡을 맞출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한다』고 주장해왔고 민주계도 상당수 이를 「대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김대표의 구상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김대표는 실제로 22일 청와대 면담에서 이같은 「민정계총장」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는 청와대에 가기전 『신문보도가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해 언론이 보도해온 「민정계총장」구도를 제시할 생각임을 시사했었다.
이 범주에서 일찍부터 사무총장에 민정계의 김기배 서정화 의원, 총무에 민주계의 서청원 김정수 의원, 정책위의장에 강경식 의원등이 거명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청권배려차원에서 김종호 의원의 이름이 당직예상명단에 추가됐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애초부터 「민주계총장」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삼재 신임총장이 이날 『지난 7월중순께 청와대독대에서 김대통령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며 언질을 주었다』고 말한게 그 반증이다. 또 『21일 저녁 8시께 청와대로부터 총장임명통보를 받았다』는 강총장의 말에 비춰 김대통령은 22일 김대표면담을 「협의」가 아닌 「통보」의 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 싶다. 김대표의 청와대면담이 40분이나 걸렸던 것도 민주계총장임명에 대한 김대통령과 김대표의 이견을 반영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 김대표측은 강총장의 「7월중순 언질」얘기에 적잖이 당혹해하며 강총장의 「튀는」스타일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김대통령의 결심에는 총장직을 끌어오려는 민주계측의 끊임없는 「물밑공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있다. 이와관련,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40대초반인 강총장의 기용에 대한 민주계중진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일부 인선방향을 알려주고 의견을 구하는 「작전」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떻든 경남출신인 강총장이 낙점됨으로써 다른 당직은 인천(서총무)·충북(김의장)출신의 민정계인사로 쉽게 교통정리가 됐다. 김대통령이 민주계총장을 관철시키는 대신 김대표의 입장을 배려해준 셈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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