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선호·현의보제·의대난립/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큰 걸림돌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된 지 벌써 여섯해가 지났다. 이제 우리국민은 누구나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장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양적인 면에선 괜찮을 지 모르나 질적으론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대학병원 또는 대형병원 선호현상이다. 환자가 3차의료기관에만 몰리면 3차의료기관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둘째 의료보험수가체계의 문제이다. 의료보험의 재정안정에 역점을 둔 나머지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될 수 있는 보상제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좋은 서비스를 하려면 재투자할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행제도하에서는 불가피하게 의료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셋째 의과대학의 난립이다. 인구 2억5천만명 1백25개의 의과대학이 있는 미국이나 1억2천만명에 80개의 의과대학이 있는 일본과 비교할 때 인구 4천4백50만명인 우리나라엔 의과대학이 36개, 한의과대학은 11개나 된다. 인구대비로 볼 때 세계에서 의과대학이 가장 많은 편이다. 부실한 의과대학에서 저질의 교육을 받고 실습조차 제대로 못한채 의사국가시험만 준비하여 면허증을 받으니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질의사를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것은 의료수준을 저하시키는 지름길일 뿐이다.
넷째는 평가가 없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냉정하고 엄격하게 질을 평가해야 한다. 의과대학에 대한 평가, 교수에 대한 평가, 레지던트 훈련을 시키는 교육병원에 대한 평가 등을 시행하여 부실한 교육훈련기관은 학생 또는 전공의 선발자격을 정지 또는 박탈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의과대학이 의사국가시험을 위한 학관처럼 운영되고 레지던트를 값싼 야간당직 인력으로 생각하는 그릇된 풍토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민간단체에서 의학교육및 훈련기관을 평가, 그 결과에 따라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 또는 전문의 시험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들도 양질의 의료를 호화의료와 혼동하거나 영안실과 식당이 좋은 곳을 질좋은 의료기관으로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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