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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술학원 방화/원생들이 남긴 애틋한 생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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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술학원 방화/원생들이 남긴 애틋한 생활상

입력
199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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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인가 재활시설인가/타다남은 일기장엔 아픔 절절이…/“오늘은 토요일… 답답해 미칠것 같아 통제 너무심해 탈출이라도 하고싶다”/우리사회 인권사각지대 고발【용인=특별취재반】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교화와 선도를 하는 복지시설이었을까. 아니면 빠져나가기 힘든 「감옥」이었을까. 엄연히 행정기관이 관리하는 직업보도기관이지만 관리 감독은 없는 곳, 그래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소녀들이 이곳에서 교화보다는 인권유린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한다. 기숙사에 불을 질러 동료들을 숨지게 한 일부 원생들의 행위는 분명 잘못이고, 끔찍한 죄이다. 그런 죄를 짓게한 배경에는 기술학원의 인권유린은 물론 행정기관의 무책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순식간에 연옥으로 변한 기숙사 참화현장에서 발견된 일기, 편지등에는 이들의 생활상을 말해주는 글들이 생생히 적혀있다. 어머니가 남긴 애틋한 사랑의 편지들도 연기에 그을린채 덩그러니 남아있다.

숨진 10대 원생들의 유류품에는 고되고 외로운 기술학원 생활과 함께 가족·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들이 일기장에 남긴 기록들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술학원이 교화와 선도를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인권사각지대에 가깝다는 정황적 증거들은 아니었을까.

문짝과 천장 사물함이 모두 검게 타버린 기숙사 2층 15호실에서 발견된 김모(17)양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95년 8월19일 『오늘은 토요일. 정말로 답답해 미칠것 같다.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잘 안된다. 따돌리고 괴롭히는 언니들도 무섭다. 하나님 도와 주세요. 전 지금 너무 힘들어요. 엄마 오시면 모든걸 말하고 싶지만 걱정하실까봐 말을 못하겠어요』 김양은 이날의 일기 끝에 『오빠들이나 가는 군대가 이런 곳일까』라고 한탄했다. 『탈출이라도 하고싶다. 청소를 너무 많이 시키고 저녁시간 통제가 너무 심하다』는 말도 여기저기에 적혀 있었다.

20호실에서 발견된 송모(16)양의 95년 4월30일 일기에는 『18호실에서 20호로 방을 옮겼다. 언니들하고 사이 안좋았는데 방이 바뀌어 좋다』며 기술원안에서 원생들사이에 빚어지는 반목과 갈등을 적어놓았다.

2층17호실의 이모(17·경기 부천시)양이 차곡차곡 모아둔 어머니의 편지에는 딸이 곧게 자라 밝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랑하는 딸아. 어제밤도 너의 꿈을 꾸었단다. 바쁜 중에도 잠시 밝게 웃고있던 너의 모습을 그려본다. 더 불행한 친구들을 감싸주며 참고 사는 지혜를 배우거라. 늘 좋은 생각, 좋은 말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구나』 일시적으로 탈선했던 딸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기술원에 맡겼던 어머니들은 졸지에 딸을 잃고 가슴을 쳐야했다.

□특별취재반

<사회부> 고재학 김성호 박희정 염영남 박진용 윤태형 기자

<전국부> 정정화 김진각 김호섭 기자

<사진부> 김건수 오대근 왕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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