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 곳곳 피범벅 마치 연옥/벽면엔 손톱자국 절규 들리는듯/쇠창살·출입문 모두잠겨 더 피해5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여자기술학원 방화현장은 건물전체가 온통 시커멓게 그을린채 원생들의 옷가지와 이불등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2층 중앙현관과 화장실의 뜯겨진 창문틀에는 곳곳에 핏자국이 묻어있어 사건당시의 처참했던 순간을 연상케 했다. 특히 학원건물은 비상시 대피할수 있는 통로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었던데다 원생들이 방화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 인명피해가 더 많았다.
사건당시 잠겨있던 현관문앞에는 머리핀등 숨진 원생들의 것으로 보이는 소지품들이 부서진채 널려있었고 양쪽벽면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을 참지못해 몸부림친 원생들의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화장실옆 샤워장은 창문이 완전히 밀폐돼 천장과 바닥, 벽면등이 모두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으며 바닥에는 수십개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각 침실 유리창도 탈출을 시도하던 원생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마치 폭격을 맞은듯 처참한 몰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주로 윤락녀를 수용, 사회재활교육을 시켜온 이 학원은 원생들의 탈출등 집단행동을 우려해 창문에 쇠창살을 박는등 철저한 감시체계를 운용해왔다. 화재 발생당시에도 기숙사 건물은 각 층 유리창에 설치된 개폐되지 않는 쇠창살로 완전히 막혀있었으며 중앙현관과 동쪽 출입 비상구도 하오8시이후 자물쇠로 잠겨져 안에서는 문을 열수 없는 상태였다.
기숙사 건물 2층 11호실에 수용돼 있던 윤혜정(16)양은 『새벽 2시께 매캐한 냄새가 나 깨보니 방은 물론 복도까지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며 『화장실안에서 「살려달라」는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기숙사 2층은 폐쇄적인 건물구조 때문에 불길이 잡힌뒤 수시간이 지나도록 연기와 유독가스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사람 만들려 보냈는데…” 달려온 부모들 통곡/휘어진 창살·타다만 옷 이불 등 어지러이 널려
○…사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아주대병원 동수원병원 수원의료원 성빈센트병원등 수원시내 주요병원 영안실에는 이날 상오 7시께부터 숨진 원생들의 가족들이 몰려와 신원을 확인하느라 심한 혼잡을 빚었다. 한 원생의 부모는 『기술학원에 보낸후 가슴이 아팠지만 제대로 인간을 만들어 보려고 애써 참았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딸의 이름을 부르다 실신키도했다.
○…경찰은 불이 나자 소방차 20여대를 동원,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출입문이 모두 잠겨 있고 대부분의 창문이 쇠창살로 가려져 있어 진화와 구조에 애를 먹었다. 한 경찰관은 『상오 2시20분께 사고현장에 도착하니 2층 오른쪽 창문에서 큰 불길이 치솟고 있었으며 비상구와 기숙사 창문에서 원생들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하오 8시20분께부터 동수원병원 영안실 식당에서 유족대표 30여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보상과 장례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유족들은 『대형참사가 발생했는데도 경기도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며 『기술을 배우기 위해 들어간 아이들을 일부에서 윤락여성이라고 왜곡했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