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연극배우 백성희씨의 연극인생 50주년을 기념하여 후배들이 마련한 연극 「혼자 사는 세 여자」는 즐겁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70이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싱싱한 현역 배우 백성희씨는 그의 뒤를 따라 연극인생 50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 든든한 여성 후배들, 윤소정·김금지씨와 함께 근사한 페미니즘 연극 한편을 만들어 냈다.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된 「혼자 사는 세 여자」(이반 멘첼작 정일성 연출)는 무더위와 장마속에서도 백성희씨의 팬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고, 막이 내릴 때마다 대배우에게 보내는 기립박수로 온 극장이 따뜻해지곤 했다. 배우와 함께 나이먹으며 지난 50년의 공연을 지켜 본 나이든 관객에서부터 젊은 관객에 이르기까지 70세의 매력있는 현역배우를 가진 기쁨이 얼굴에 가득했다.
동덕여고 재학시절 책가방을 든채 악극단 문을 두드려 배우의 길로 들어섰던 그는 『내가 한평생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대에서는 주역, 인생에서는 단역이라는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보수적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가 되었고, 남편과 아들에게는 늘 부족한 아내와 엄마로 「단역」에 머물렀으나, 「배우 백성희」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기 나이보다 이삼십년 젊은 배역을 무리없이 맡을 수 있는 날씬하고 곧은 몸매(특히 아름다운 각선미!), 나이에 지배받지 않는 분위기, 낭랑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젊은 배우를 놀라게 하는 맹연습과 대사외우기등은 「인생의 단역」을 감수하며 배우의 수련을 쌓아온 결과였다. 1943년 데뷔작인 봉선화로 시작, 「햄릿」 「산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뇌우」등 숱한 작품에 출연해온 그는 『작품은 까다롭게 고르지만 배역은 작은 역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세 여자의 고독과 갈등,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번 연극에서 백성희·윤소정·김금지 세명의 여배우는 무대를 가득 채우고 팬들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들의 열정과 관록, 은은히 배어나는 여성 선후배로서의 끌고 당김은 큰 여배우의 기념무대를 한층 빛나게 했다. 그들 세 배우는 어떤 무대에서보다도 아름다웠다.
자신의 일에 반세기를 바치고, 싱싱한 현역으로 다시 10년 20년을 향해 달릴 수 있다면, 그보다 성공적인 생이 또 어디 있으랴. 이번 공연이 그의 은퇴무대가 아니라는 것은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쁨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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