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당중에는 아예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품위있는 식당일수록 흔히 어른들만의 공간을 고집한다. 파티나 모임도 어른들만 참석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만의 시간을 제공하고 확보하기 위해서다. 부모 부재시에 아이들을 봐주는 베이비시터가 성업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아이를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이라도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식당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하는 자그만 아이들은 높이가 높고 두다리를 안정되게 고정할 수 있는 하이체어나 보조의자에 앉히므로 돌아다닐 건더기가 없다. 일반 의자에 앉을 수 있을만큼 큰 아이들도 제자리에서 분탕을 칠지언정 여기저기 쏘다니지는 못하게 한다. 식사예절과 식당문화에 대한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식당은 식당 나름대로 고객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
어린이들을 받는 식당은 거의 대부분 어린이 메뉴를 따로 갖추고 있다. 어린이 식단의 음식들은 아이들이 먹기 편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양도 적당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식당들은 메뉴지 뒷면을 아예 그림 동화로 꾸며 놓기도 하고, 숨은 그림찾기나 줄잇기등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기도 한다. 또 어떤 곳에서는 크레용까지 식탁에 준비해 두고 메뉴 뒷면을 이용해 색칠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놓기도 한다.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고 배려하는 방식은 가족 놀이동산이나 어린이 유원지등에서는 교육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곳에 어김없이 있게 마련인 각종 장난감 가게들에는 대체로 도난방지 장치가 없다. 그렇다고 비싼 인력에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이는 종업원들을 여기저기 배치해둘리도 만무하다. 이곳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갖고 싶은 걸 골라 줄을 서서 정확히 셈을 치르도록 가르치는 산 교육장이 된다.
우리의 식당에 크레용을 놓아두면, 장난감 가게의 도난방지 장치를 없애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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