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인가, 아니면 엄포인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없을 경우 97년 착공할 3기 지하철(9∼12호선) 건설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조순 민선 서울시장의 반발식 첫 발언을 들으면서 적지않은 실망을 하게된다.조시장은 최근 대한상의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 참석, 이같이 말하고 『3조7천억원에 달하는 지하철부채도 상당부분을 중앙정부가 해결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얼른 듣기에는 조시장의 말은 백번 옳다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수단의 총아인 지하철건설의 경우 뉴욕, 파리, 런던, 도쿄등 외국도시에서는 건설비의 50%이상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운영비의 상당 몫까지도 보조해 주는 것을 봐도 서울의 지하철건설에 중앙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중앙정부의 재정능력이 빈약해 1기지하철 4개노선 1백18건설에는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이 거의 없었고 서울시가 시비와 외채로 건설했다.
2기지하철 4개노선 1백60㎞건설에서부터는 소요건설비 8조8천3백억원중 47㎞는 서울시가 전액부담하고 1백3㎞는 정부지원 25%, 시부담 75%, 서울시외곽구간 10㎞는 전액 정부지원으로 건설, 97년 완공하도록 돼있다.
3기지하철 9∼12호선의 1백20㎞건설에 소요되는 7조1천5백억원은 정부지원 50%, 지자체부담 30%, 부채 20%로 건설한다는 계획아래 노선망을 확정했고 정부와 재정지원문제를 협의중에 있다.
그런데 조시장은 취임후 아직 3기지하철건설에 소요되는 재정부문에 관해 중앙정부와 한번도 직접 논의도 해보지 않고 엄포성발언부터 불쑥 해 버려 시민들을 당황케 한 것이다.
조시장은 선거공약에서 교통문제 해결을 제일의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그리고 곧 2백만대를 돌파할 자동차 폭증상황속에서 서울의 교통난을 해소할 방안은 지하철 계속건설 밖에는 달리 방안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일이다.
임명제시장하에서도 정부지원없이 지하철건설을 착수해 15년의 연륜속에 4개노선 1백18를 영업운행, 25%의 수송부담률을 이룩한 것을 생각해 보면 민선시장의 지하철건설을 미끼로 정부와 대립하려는 자세에서 시민들은 적지않은 실망을 느끼게 된다.
조시장은 3기지하철 재정확보문제에서 정부와 협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보여야하고 빚을 더 지는 한이 있어도 3기지하철을 착공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민선시장이라 해서 무작정 배짱시정을 해도 좋다고 볼 시민은 한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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