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동양·대림 등 잇달아 수출입전문사 운영최근 중견그룹들이 경쟁적으로 전문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상사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면서 「종합상사무용론」까지 거론되는 때에 일부 중견그룹들은 그룹의 무역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종합상사를 겨냥, 독립법인을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신생상사는 기아그룹이 지난해 9월 문을 연 기아인터트레이드. 지난해 기아그룹의 특수지역수출을 전담하던 인터트레이드와 프라이드수출을 맡았던 KM코퍼레이션을 합병해 설립한 이 회사는 아직은 자동차수출이 대부분이지만 기계설비 전자 철강 섬유등 다양한 상품의 수출입을 본격화하고있고 최근에는 「노키아」라는 브랜드로 무선전화기를 도입, 국내 유통에도 나서는등 중견상사로서의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올해목표는 수출15억달러에 매출 1조2천억원. 해외신시장개척과 인력전문화등에 주력, 향후 2∼3년내 종합상사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연초에 출범한 동양그룹의 동양글로벌도 최근 중국등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기계류등의 대규모 수출수주가 이루어지고 석탄등 자원개발수입도 활기를 띠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상반기동안 수출입규모는 4천만달러수준이었고 올해 목표 1억달러는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시멘트등 계열사수출대행을 줄이고 독자적인 수출입비중을 늘려 2000년까지는 매출규모를 10억달러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대림그룹의 대림코퍼레이션도 최근 중견상사를 거쳐 종합상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3단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수출입규모 7억6천만달러였으나 동남아지역에 대한 유화제품 수출이 늘면서 9억달러수준으로 상향조정했다. 경영환경정보 수집·분석기능을 강화하고 유망분야에 대한 사업기회를 선점하는등 대림그룹의 변신에 선도적인 첨병역할을 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한보그룹이 최근 (주)한보의 무역부문을 사업본부로 승격시켜 1∼2년내 별도의 전문무역회사로 독립시킬 계획이고 동양화학 삼양사등도 무역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대부분 상사들이 사업성과 수익을 올리지 못해 그룹내에서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제조업체가 직접 무역에 나서 종합상사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상사설립붐은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신생상사들의 설립이유는 명쾌하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으로 치열해진 경쟁속에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시장개방등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인력 정보력 및 자금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계열사별로 분산되어 있는 해외업무를 묶어 대외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종합상사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생상사의 등장은 무역업계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수출의 2%이상이라는 자격요건을 갖춘 7대 종합상사와 23개그룹 계열사의 기존 상사들은 앞으로 이들 신생상사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불가피한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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