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동구권 몰락직전 「세계사의 흐름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가는 것으로 굳어졌다」는 단정적 결론을 담은 사상서 「역사의 종말」을 출간, 세계지성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일본계 미국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미 랜드연구소 상임고문)가 최근 새로운 저서 「신뢰」를 펴냈다.「역사의 종말」이 국가체제를 분석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면 「사회적 미덕과 번영의 창조」라는 긴 부제가 붙은 새 책은 시민사회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총 4백57페이지에 이르는 신작에서 그가 주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건강하고 역동적인 시민사회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정치·경제체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며 국제경제전쟁의 승자는 합리적 신뢰감과 연대성을 기반으로 한 시민사회의 존재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사회는 개인적 이익이 아닌 공적 책임감을 지닌 시민들이 자선단체, 교회조직등 사회 각 분야의 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통신혁명에 따라 국가통제력이 약화하고 시민사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20세기 후반의 세계적 조류를 살펴보면 후쿠야마의 분석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석에 의하면 한국·프랑스등 가족중심의 사회보다는 미국·독일 등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가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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