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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 위축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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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 위축 장기화 조짐

입력
199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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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후지쓰배 참패이어 롯데배선 최악 “수모”/4인방 한계·신예 역부족탓… 당분간 약세 지속될 듯한국바둑의 위축이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기전인 동양증권배·후지쓰(부사통)배 대회에서 잇달아 참패한데 이어 지난 16일 끝난 제2회 롯데배 한·중 대항전에서도 중국에 완전히 당했다. 1, 2차전 종합전적 5승9패는 전혀 뜻밖의 성적이다.

특히 지난 14일 상하이(상해)에서 열린 1차전 결과는 충격을 넘어 허탈감까지 안겨주고 있다. 이창호7단을 제외한 출전기사 6명 전원이 패한 것은 수년래 최악의 기록이다.

조훈현9단도 대회 폐막식에 앞서 가진 TV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쩌다가 발생한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조9단은 또 『마샤오춘 9단이 국제기전에서 잇따라 선전해 중국의 사기가 높아진 것도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마9단이 동양증권배와 후지쓰배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사실을 지적한 말이지만 가장 큰 패인으로는 한국의 전력약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제무대를 석권했던 한국의 쇠퇴는 정상급 기사층이 빈약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국제대회 8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등 4인방에만 의존해 왔을뿐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4인방의 저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강력한 전위대의 일각을 형성했던 서봉수 9단의 침체도 한국의 전력을 저하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양재호9단, 최규병7단등 중진들과 신예 그룹이 급속하게 성장하고는 있다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제 몫을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보면 한국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서능욱9단, 강훈 김희중 8단등은 이번 대회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다만 이창호 7단이 마샤오춘 류샤오광 9단등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들을 물리치고 2연승을 거둔 것이 위안이 되고 있다. 국제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민 목진석초단이 녜웨이핑 9단을 물리친 것도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번의 승리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목초단등 신예그룹의 기력이 상당수준에 올라 있음을 검증받은 셈이다.

한편 대회가 끝나자 한국기원의 준비부족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다. 주최국의 바둑룰에 따르게 돼 있는 대항전규정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에게 전혀 사전교육을 하지 않아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대항전을 참관했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중국룰에 대한 의견교환이 전혀 없어 계가방식등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중국 바둑룰 때문에 기사들이 당혹해 하는 것이 역력했다』고 전하면서 『이런 부담감도 패배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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