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선 “관계복원” 반색속 공격적경영 의욕재계는 19일 김영삼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회동을 정·재계가 대화합의 길로 들어서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회동을 베이징(북경)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의 면담(8월7일), 30대그룹 총수와의 오찬(8월9일), 기업인에 대한 8·15대사면등 6·27 4대선거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김대통령의 잇단 재계끌어안기의 연장선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동은 정·재계간의 가장 껄끄러운 관계를 해소했다는 의미에서 재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일련의 청와대기류에 대해 「사정의 대상」으로 여겼던 김대통령의 대재계관이 집권후반기 들어서면서 「개혁의 동반자」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하고 김대통령 집권 후반기중 재계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전례없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정명예회장의 외도이후 산업은행의 시설자금 대출중단, 해외증권발행 불허, 기업공개 불허등을 중심으로 유형무형의 제재를 받아온 현대는 특히 날개를 단듯한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이날 정명예회장의 청와대 회동을 연초 산은의 4백50억원 대출, 현대자동차의 해외증권 9천만달러 발행, 현대상선의 기업공개, 서산 간척지 준공인가등에 이은 정부와 현대의 관계복원 완결편으로 해석했다. 마지막 걸림돌까지 완전히 제거됐다는 것이다. 정명예회장은 청와대독대를 마친 뒤 맏손녀 결혼식에 참석, 이날 현대그룹은 겹경사에 축제분위기였다.
현대그룹은 이날 정명예회장의 청와대 방문과 관련, 『앞으로 현대가 우리나라의 국제화 세계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공식 발표문을 냈다. 이제 다른 일에 곁눈질하지 않고 경영에만 주력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현대그룹의 이같은 의지표명은 앞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현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온 제철사업 참여나 미국내 반도체공장 건설, 정명예회장의 북한방문등이 곧 가시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에서 차지하는 정명예회장의 위치나 현대그룹에 대한 현 정부의 제재가 갖는 상징성으로 미루어 김대통령과 정명예회장의 회동은 현대그룹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전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집권 전반기중 재계는 대대적인 사정, 일부그룹 총수의 법적 제재등으로 움츠릴대로 움츠리는 분위기였으나 이제 족쇄와 재갈을 모두 벗어버리고 경제분야에서의 안정과 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서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지원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30대그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김대통령이 당부한 중소기업지원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계획들을 수립중이다. 또 새정부 출범직후 약속했던 계열사분리 및 통합작업이나 기업의 세계화 촉진방안등 구체적인 재계의 화답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시장의 완전개방등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을 이겨나가는데에는 정부나 기업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일련의 청와대 움직임이 경제우선의 국정으로 연결되기를 희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실질적인 정부의 대기업 지원은 실질적인 규제완화』라며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계가 격변기마다 정치논리에 따라 도마위에 오르는 분위기가 하루빨리 종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정주영 명예회장 일문일답/“중요투자 등 경영에 간여할것/방북땐 금강산개발 등 재추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일 김영삼 대통령과의 면담에 이어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맏손녀 은희양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잠시동안 기자들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관련기사 17면>관련기사>
―오늘 청와대에서 오간 대화내용은.
『주로 경제를 살리자는 대화를 나눴다』
―요즘 건강은 어떤가.
『좋다』
―과거에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었는데 앞으로 현대그룹 경영에는 간여할 것인가.
『그룹의 중요한 투자에는 간여할 것이다. 특히 큰 투자부문에는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짓는데 간여할 생각이다』
―정치에는 지금도 관심이 있는가.
『관심이 있다』(정회장은 이 발언직후 웃으며 농담조의 작은 목소리로 『대통령 한 번 하고 그만두어야지…』라고 말했다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했으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에 갈 계획이 있는가.
『북에서 오라고 하니까 정부의 허가만 있다면 갈 계획이다』
―북한에 간다면 어떤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지난 89년 북한측과 합의했던 금강산개발등의 사업은 아직 유효한가.
『아직 유효하다. 북측과 합의했던 금강산 개발, 원산수리조선소 건설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방북하면 이 사업들을 다시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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