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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탄받는 한중파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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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탄받는 한중파업(사설)

입력
199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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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부터 한달 넘게 부분 파업을 벌여오던 한국중공업이 18일부터 사실상 전면파업에 돌입한지 이틀째를 넘기면서 상황이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회사 본관 12층 사장실과 복도를 점거하고 비상구를 봉쇄한 채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 집행부는 쌀 1백여 부대와 라면 한 트럭분등 비상 식량준비와 함께 부탄가스 20상자등을 복도에 쌓아 놓고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회사측 역시 노조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중재신청과 직장폐쇄, 공권력 투입등 강경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는 한중 노사분규의 이같은 작태는 실망을 넘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대립하고 있는 현안이 새로울 게 없는 진부한 것이고 분규 해결에 임하는 노사 쌍방의 자세나 행태가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구태 그대로다.

현안이라는게 임금인상의 경우 노조측이 9.6%를 주장한데 반해 사측은 7.1%를 고수한다는 것이고 노조가 민영화에 따른 고용보장과 현행 일방중재조항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정도다. 임금의 경우 그 차이가 파국으로 가야할 만큼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민영화 관련 문제나 일방중재조항의 폐지 문제는 회사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87년 본격적으로 노사분규가 터지기 시작한 이래 올해가 꼭 9년째―. 내년 한해를 남겨두고 남들이 20, 30년 걸렸다는 민주화 과정의 노사분규 시련을 우리는 10년안에 극복해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고질적이며 타성적인 구태의연한 분규는 대다수 산업현장에서 스스로 자제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다.

서울지하철과 한국통신등 공공기관의 노사분규가 이같은 국민적 여망에 부응해서 양보와 절제로 어려운 시련을 극복한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민노준의 출범과 대형 분규의 집중으로 시련이 예상됐던 올해가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이 돼서 구조적인 노사평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는 시점이다.

한중의 극한사태는 한중 자체에 치명적 손실을 줄뿐 아니라 전체 노사와 국민적 합의의 결실인 전반적인 노사화합의 분위기를 깨는데도 결정적인 악역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한중 노조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극한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가. 그리고 그런 투쟁을 통해서 잃게 되는 것이 뭔가를 다시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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