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족”에 “여론 아느냐” 공방/“말못할 사정 일방 매도 안돼”/“대북정책과정 불신만 초래”대북 쌀지원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때에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공식회의석상에서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17일 「차관회의사건」은 정부내에도 쌀문제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17일 하오3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국무회의 전심절차인 정례차관회의가 강봉균 총리행정조정실장 주재로 열리고 있었다. 다른 때보다 적은 6건의 안건심의가 끝나자 강실장은 『추가로 할 말이 없느냐』면서 좀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국무회의에서 법률안 심의의결 외에 국정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니 차관회의에서도 국정현안을 논의해보자』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북 쌀회담 수석대표 이석채 재정경제원차관이 「신상발언」을 요청했다. 『쌀지원에 대해 국민 감정이 별로 안좋은 것으로 알고있는데 관련부처들이 제대로 홍보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마치 관련부처들이 홍보를 제대로 못해 국민에게 인식이 잘못됐다는 뉘앙스가 배어있었다. 그는 이어 쌀지원의 배경설명과 함께 인공기사건과 쌀배 억류사건등에 대한 해명성 발언을 계속했다.
『당초 대북 쌀지원문제로 일본이 먼저 북한과 접촉을 가졌다. 일본도 형식적으로는 인도적 차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배전략으로 판단됐다. 더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어 대북 쌀지원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차관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또 쌀지원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이를 지렛대로 경협등 남북대화와 교류의 점진적 발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공기게양이나 쌀배 억류사건은 우리가 무조건 잘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나름대로 말못할 사정이 있다』 전반적으로 쌀지원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대화는 잘 진행되고 있으며 오히려 쌀지원문제보다 더 「큰 건」이 있는듯한 암시를 주는 대목이었다.
즉각 「반박 발언」이 튀어나왔다. 첫 주자는 김무성 내무차관. 그는 『지금 쌀지원에 대한 국민여론을 알고 있느냐』고 반문한 뒤 『주는 건 좋으나 과정에 문제가 있어 국민에게 안좋은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이경재 공보처, 김도현 문화체육부차관등 몇몇 차관들도 가세, 『지금 국민여론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쌀지원문제에 대해 취지와 배경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바로 전날인 16일 나웅배 통일부총리는 국회 외무통일위에서 남북대화 수석대표를 교체한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번복했다. 유력한 교체대상자인 송영대 통일원차관은 16일부터 워싱턴의 한 학술회의에 참석중이어서 설전이 그 정도로 끝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안건 심의와는 별도로 50여분동안 열띤 설전이 계속되자 강실장은 『관련부처들이 서로 노력하자』고 중재, 어색한 분위기 속에 회의가 끝났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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