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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매듭 「새정치」 가시화 상징/김 대통령,정주영씨와 회동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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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매듭 「새정치」 가시화 상징/김 대통령,정주영씨와 회동 의미

입력
199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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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때 앙금 씻고 “정치적 사면”/총선 앞두고 다른 인사 확대 관심김영삼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청와대회동은 무엇보다 정씨에 대한 김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이 내려진 것으로 볼수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8·15사면에서 정씨를 포함시켰던 것이 법률적 사면이었다면 이날의 회동은 김대통령이 『돈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놓겠다』고 한 것에 대한 정치적 사면인 것이다. 이로써 92년2월 정씨가 국민당을 창당하면서부터 악화돼 그해 12월 14대 대선을 고비로 극에 달했던 김대통령의 「대선앙금」은 풀어진 셈이다.

이날의 회동은 일단 정씨가 사면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위해 신청한 면담을 김대통령이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8·15사면 발표직후 정씨는 한승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에게 인사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한실장의 보고를 들은 김대통령은 즉석에서 면담일정을 잡아주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김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항상 부담스럽게 생각해온 정씨가 예기치않게 자신에 대한 사면이 내려지자 감사인사를 이유로 해 「정치적 용서」를 구한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또 이날의 회동을 김대통령의 측면에서 보면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과 관련해 시사해주는 대목이 많다. 이미 김대통령 자신이 예고했던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에서도 『우리에게는 더이상 미움과 분열과 갈등으로 소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미움을 사랑으로, 분열을 통합으로, 갈등을 조화로 바꾸어나가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감사인사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었지만 김대통령이 정씨를 공식적으로 대면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고 모두 힘을 합쳐보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했다.

「큰 정치」를 지향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로 보아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김대중 새정치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이나 민자당 대선후보경선에서 다른 길을 걸었던 박태준 전포철회장등과의 회동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볼수 있다. 김위원장은 정치인으로 복귀, 창당절차를 밟고 있으므로 적절한 시점에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또 박전회장에 관해서도 『김대통령은 언제까지 마음의 앙금을 담아두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현재 박전회장이 건강이 안좋아 신병치료차 미국에 머무르고 있지만 귀국하게 될 경우 김대통령이 만나지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앞으로도 김대통령의 대화합조치가 연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27지방선거이후 흐트러진 정국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의 틀을 기존의 「개혁」에다 「화합」을 더해나갈 것이라는 말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와 관련, 『명장은 한번 질수는 있어도 두번 지지는 않는다』는 김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인용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김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재민 기자>

◎「청와대회동」 이모저모/거동불편 정씨에 엘리베이터 이용케 배려/건강 등 화제 담소후 배석자없이 단독 요담

김영삼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9일 회동은 비록 23분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92년 대선이후 지속돼온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데 충분했다. 정씨도 이날의 회동에 고무된듯 청와대를 들어설때는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으나 나설때는 홀가분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상오 9시50분께 수행비서만을 대동하고 청와대본관에 도착한 정씨는 김석우 의전수석의 영접을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 2층 대기실로 가 면담시간을 기다렸다가 한승수 비서실장의 안내로 10시 정각에 대통령집무실에 들어섰다. 통상 각료급이상의 내방자에게 의전수석이 영접나가는 관행이나 거동이 불편한 정씨에게 지난 93년 9월 미테랑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엘리베이터를 이용케한 점등으로 미루어 청와대측에서도 연로한 정씨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두 사람은 사진기자들이 촬영하는 5분동안 주로 건강과 운동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었다. 먼저 김대통령이 악수를 청하며 『반갑습니다. 몇년만이지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정씨는 『만난지 한참 된 것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정씨에게 건강에 유의해달라는 말을 한뒤 『다행히 동생과 자제분들이 많이 활동하니까 든든하시겠네요. 요즘도 자제분들을 자주 만나십니까』라고 화제를 이어갔다.

이어 김대통령은 배석자를 물리치고 정씨와 단독요담에 들어갔다. 회동이 끝난뒤 김대통령은 윤여준 공보수석에게 『모두 힘을 합쳐 우리 경제발전을 이루어 일류국가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대화내용을 불러주고 발표토록 지시했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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