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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기관 신용실추 문책/「퇴진만이 능사」 재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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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기관 신용실추 문책/「퇴진만이 능사」 재고돼야

입력
199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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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사퇴형식 “사실상 경질”/김명호 한은총재 사퇴 안팎김명호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한은부산지점 지폐유출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년4개월전에 벌어졌던 헌돈 55만원의 관리소홀이 발권 및 통화신용정책의 최고책임자의 옷을 벗게 만든 것이다.

김총재의 퇴진은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게 금융계의 일반적 평가다. 김총재는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한이헌 경제수석을 만나 사건발생경위를 설명했고 이번 사태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진노사실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한은측은 이번 사건을 총재까지 다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발권당국의 허술한 보안망과 부적절한 사후처리과정은 인정한다 해도 정식보고절차(금융통화 운영위원회 구두보고 및 재무부 서면보고)를 밟았고 사건당사자인 부산지점직원 김태영씨를 즉각 해임조치했기 때문이다. 김씨를 형사고발하지 않은 것은 사건이 경제·사회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서였지 결코 「은폐·축소」의도는 없었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발생한 한국조폐공사 옥천조폐창의 신권분실사고는 김총재 퇴진에 「전례」로 작용했다. 사건발생장소, 즉 지폐제작과정과 폐기과정만 다를뿐 공신력과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발권기관에서 돈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은 결국 두 사건을 동일선상에서 처리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조폐창사고로 오세민 당시 조폐공사사장이 즉각 해임됐음을 감안할때 「형평과 전례」상으로도 김총재 퇴진은 불가피했고 다만 일반각료나 정부투자기관장과는 달리 「임기직」이기 때문에 해임 아닌 자진사퇴형식을 빌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순 전 한은총재의 뒤를 이어 문민정부출범과 함께 취임한 김총재는 그동안 금융실명제 금리자유화등 굵직한 금융개혁들을 매끄럽게 처리, 안팎으로 상당한 신임을 받아왔다. 특히 쉴새 없는 해외순방과 국제회의 참석등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높은 지명도를 축적, 역대 중앙은행 총재중 「가장 세계화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김총재는 그동안 현정부 경제실세들과도 지근거리를 유지해왔지만 그러나 올초 한은법 개정파동에서 재정경제원 및 청와대경제수석실과 마찰을 빚어 일부에선 기피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었다.

김총재의 사퇴로 발권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켰던 지폐유출사고는 일단락짓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과연 총재가 물러날 사안인지, 또 물러난다고 원만한 사태수습이 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중앙은행총재의 잦은 교체가 국제금융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지고 특히 금융국제화가 절실한 지금 상황에서 「한은의 공신력회복」을 위한 김총재의 퇴진이 그 국제적 공신력유지에도 도움이 될지 재고해봐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김명호 총재 일문일답/“외부서 사퇴압력 없었다/한은독립 걸림돌 안되길”

김명호 한국은행 총재는 부산지점의 지폐유출사고와 관련, 19일 하오 2시30분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의 중대성에 비추어 책임지고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외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은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총재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언제 사퇴를 결심했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출장중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1년4개월만에 재연된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느꼈다. 책임있는 공직자는 책임을 져야할 때 책임을 져야 한다. 공직자는 항상 책임질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등 외부로부터의 사퇴압력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청와대나 재정경제원에 사퇴의사를 전달했나.

『아직 안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밝히는 것이다』

―사고발생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것은 누구 결정인가.

『한국은행의 일은 총재가 모든 책임을 진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이다. 총재가 책임지면 그것으로 됐다고 본다』

―한은 내부에선 이번 일로 물러나는게 한은독립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번 일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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