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는 지난 5일부터 광복50주년 기획드라마 「김구」를 방영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저녁 9시50분부터 1시간씩 모두 16회 예정이다. 비디오테이프로 한데 모으면 16시간짜리 대작이 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녹화해 두었다가 광복절때 가족과 함께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듯싶다. ◆이제까지 4회가 나갔는데 백범의 어린시절과 부모의 인간적 면모가 비교적 흥미롭게 잘 묘사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역사적 현장에 접근하려고 애쓴 흔적도 이곳 저곳 눈에 띈다. 작품 전체에 대한 평가는 16회가 모두 끝난 후 전문가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우선 출발은 시청자의 반응이 좋은 것같다. ◆백범과 같은 위인의 일대기는 역사적 자료의 수집이나 현지 취재가 어렵다. 그만큼 제대로 완성된 작품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업적을 부각하다 보면 마치 평생 오류가 없었던 인간처럼 신격화되고마는 폐단이 있다. 그런 점에서도 「김구」팀의 제작방향은 올바른 자세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백범 외에도 독립운동에 헌신한 수많은 위인과 영웅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일대기를 감동적으로 묘사한 문학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같은 도적의 얘기는 많아도 윤봉길 이봉창 나석주 같은 투사의 얘기를 다룬 국민문학이 없다. ◆위인이 위인다운 것은 오히려 인간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마침내 큰 일을 해 내는데 있다. 그 극복 과정에는 주위의 격려도 필요하다. 가령 정치인의 한 때 잘못을 헐뜯어 몹쓸 인물로 만들기 보다는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찾아내 그 업적에 대해 국가가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위로하는 것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위해 요람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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