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대응땐 향후 5∼10년 파탄초래 할수도/연착륙기조·금리 등 하향안정… 성공여건 충분돌발적인 엔화의 약세반전(달러강세)으로 정부의 경기대응, 그 미조정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위에 오르게 됐다. 성공한다면 엔고퇴조가 도리어 국내경제에 득이 되겠지만 어설픈 대응은 향후 5∼10년간의 경제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 환율변동에 대한 미조정의 중요성은 80년대말 「1차 엔고」의 관리실패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80년대말 1차 엔고와 최근의 슈퍼엔고는 ▲일본의 경상수지 과다흑자에서 비롯됐고 ▲환율이 매우 빠르고 예측불허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달러당 2백50엔대였던 엔화가치는 85년 플라자합의이후 2백엔으로 올랐고 87∼88년에는 1백23엔까지 치솟았다. 작년말 1백엔에서 70엔대까지 폭등했던 슈퍼엔고 역시 상승속도로 보면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 경제에 미친 엄청난 경제적 여파도 역시 유사하다. 원인이든 결과든, 1차 엔고 및 슈퍼엔고는 경기상승기와 맞물리면서 국내경제에 대대적 호황을 선사했다. 85년9월 바닥을 쳤던 경기는 1차엔고의 순풍을 타고 3년연속 두자릿수 실질성장과 1백억달러이상의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했다. 슈퍼엔고도 당초 7%대로 전망됐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9%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경기는 「과열직전」 단계까지 육박했었다.
그러나 80년대말 호황은 1차엔고와 함께 퇴장했다. 엔환율이 89년 1백45엔대로 복귀하면서 경제성장률은 12%에서 6.9%로 곤두박질쳤다. 물가는 폭등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전형적인 「수직상승후 경착륙」이었다.
원인은 엔고소멸 자체보다는 정부의 엔고관리실패에 있었다. 막대한 경상수지흑자로 1백억달러가 넘는 외화가 유입됐으나 정부는 이를 통화증발로 흡수했다. 건국이래 처음 맞는 경상수지흑자를 오래 즐기기 위해 외자관리수단으로 환율대신 통화를 선택, 원화절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결국 유동성조절 실패(인플레)로 연결됐다. 고임금 고물가의 원가부담을 정부가 환율절하로 보상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혁신 체질개선 구조조정이 이뤄질리 없었다. 경기가 곤두박질치자 정부는 한술더떠 부동산(2백만호사업)을 건드려 결국 「거품경제」를 자초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1차엔고 퇴조시점과는 크게 다르다. 정교한 미조정으로 과열우려는 해소됐고 무엇보다도 경상수지적자와 외환자유화로 1차엔고때와 같은 유입외화, 즉 환율관리부담은 줄어들었다. 연(연)착륙기조위에 물가 금리 통화량등도 하향안정세에 있어 통화―환율의 정책연계(POLICY MIX), 즉 정부의 미조정은 한층 신축적이고 성공적일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구조조정·경쟁력강화의 과제는 1차 엔고때보다 훨씬 시급하다. 무역적자현실을 감안할 때 맹목적 환율절상을 고집할 수는 없지만 이번 슈퍼엔고퇴조가 연착륙기조 자체를 흔들 정도는 아닌 이상 수출업자보호보다는 국내산업의 가격의존성 탈피(경쟁력강화)에 당연히 정책적 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한다. 구조조정시점에 대해 『여유있을 때 해야한다』『아예 힘들 때 허리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등의 이론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논쟁을 벌일만큼 구조조정시점엔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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