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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독 전총리가 말하는/한국의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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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독 전총리가 말하는/한국의 통일

입력
199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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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경제통일안 마련필요”/남북,지속적 논의·합작 등 경협 늘려가야/통독방식 적용무리… 대중·일 관계 신경을KBS 1TV는 18일밤 헬무트 슈미트 전서독총리를 초청, 광복50주년을 맞아 가장 시급한 과제인 통일문제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세계석학이 말하는 한국의 통일전략」을 주제로 한 대담은 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슈미트 전총리는 이 대담에서 독일의 통일경험을 설명하며 다단계 경제통일방안을 마련할 것등을 충고했다.<편집자 주>

―한국은 올해 광복 50주년을 맞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국제정세를 어떻게 생각하나.

강대국들이 과연 남북한의 통일을 용인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이나 러시아는 서로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본은 좀 특별하다. 한국은 일본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일·러·중의 역학구도 속에서 균형자역할을 한 것이 미국이다. 싱가포르의 리광야오(이광요) 전총리의 표현대로 미국이야말로 「가장 의심이 덜 가는 강대국」이다』

―일본이 독일과 달리 과거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데 인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에서 화해의 손길을 내민 쪽은 독일이 아니라 피해자인 프랑스였다. 독일이 70년대 동방정책을 계기로 주도권을 쥐고 화해의 노력을 시작한 것은 한일 양국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이웃나라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할 기회가 적었던 것같다』

―통독과정에서의 경제적 문제점은 무엇이었으며 한반도 통일에 참고할 교훈은.

『동독의 국영기업과 국가소유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경매에 부쳤는데 결과적으로 동독인은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또 동독인에게 서독인과 동등한 수준의 실질임금을 약속함으로써 오히려 생산비용만 올라가고 상품의 질은 떨어졌다. 남북한은 독일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다. 남북한의 인구비율이 2대1이어서 남한사람 2명이 북한인 1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떠맡아야 할 것같다. 한국이 독일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러 단계의 경제통일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독일은 오랜 상호교류를 통해 통일의 기반을 닦았지만 한국은 북한과 어떤 실질적 교류도 없어 어려움이 많은데….

『독일의 경우 주로 라디오를 통해 교류가 이루어졌다. 정보유입이 차단된 북한도 라디오를 통한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또 남북한기업의 합작을 통해 북한이 남한의 높은 경제력을 직접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국및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한반도 통일의 관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본과는 정신대라든지 과거청산같은 갈등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며 한국은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이념적 문제에는 신경쓰지 말고 경제적 차원의 교류를 확대, 이를 통해 서울과 베이징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이익이 될 것이다』

―통일에 대비해 정부나 민간차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통일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다. 동서독의 통일방식이나 과정이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될 수도 없다. 국내외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통일문제에 관한 공개토론회가 지속적으로 열려야 하고 합의사항의 이행을 끊임없이 북한에 제안해야 한다는 말은 할 수 있다. 평양정권은 경제적 이유로 무너질 것이며 남북한은 일흔여덟인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문호가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는가.

『10년 이내 한국은 선진산업국의 일원이 될 것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도 될 것이다. 그러나 북미 유럽 여러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경제마찰이 정치적 긴장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광복 50주년을 맞은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그러나 학교교육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음악과 연극 문학을 즐기는데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인이 지난 반세기동안 성취한 엄청난 성공에 경의를 표한다. 성공에 대한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감을 갖는다면 다가오는 세기에도 한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정리=김동선·김관명 기자>

◎슈미트 전총리 약력

▲1918년 함부르크 출생 ▲연방의회 의원, 사회민주당(SDB)원내총무, 국방장관, 재무장관 ▲74∼82년 총리재임 ▲현재 「DIE ZEIT」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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