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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과거 50년 미래 50년/길승흠(특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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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과거 50년 미래 50년/길승흠(특별 기고)

입력
199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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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지역·계보정치시대 가고/사회­경제발전·정보화 등 바탕/합리주의적 새 정치틀 곧 등장광복 50주년을 맞이하여 향후 50년간 한국정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1945∼2045년이라는 1세기의 틀에서 볼 때 한민족의 진운은 지금 우리 정치가 어떤 좌표로 나아가느냐에 달려있다.

1945∼2045년의 한국정치는 크게 세가지 차원에서 조망할 수 있다.

첫째는 광복이후 1987년까지의 대립적 정치시대이다. 이 시기의 한국정치는 「반공주의」를 중심축으로 형성돼 있었다. 반공주의는 분단, 6·25전쟁의 결과로 생성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역으로 북한은 적화노선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 결과 남북한 사이에는 불신·적대관계가 생겼고, 남북한 양측에 병영국가적 정권이 출현했다.

이런 이유로 남한에서 군인정치가 득세하고 진보적 시각을 용인하지 못하는 폭좁은 정치가 자리잡게된 것이다. 제도권 정치의 폭이 좁았기 때문에 다른 정치세력이란 오로지 반독재·민주화투쟁세력 뿐이었다. 민주화투쟁세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정치의 중심권으로 진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들 민주화세력들이 국정경험, 대화와 타협에 익숙해 질수록 한국정치는 안정되고 발전될 것이다.

두번째로 유의할만한 분석대상은 군사통치시대에 싹이 튼 지역계보의 정치를 꼽을 수 있다. 탈냉전시대가 도래하고 군사정권이 붕괴하면서 반공주의의 의미가 크게 약화되고 지역정치, 계보정치는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제도권 정치의 범위는 넓어지지않고있다. 혁신은 여전히 터부시되고 있으며 제도권내의 정당들은 이념, 정책에서 상호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간에 차별성이 있다면, 지역적 차별만이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제도정치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지역성, 계보성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세번째로는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나타날 새로운 틀이다. 새 정치는 합리주의를 축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반세기의 사회·경제발전, 높아진 교육수준, 소득의 향상, 정보통신의 확충은 합리주의 정치의 기운을 무르익게 하고있다. 합리주의의 흐름이 본격화하면 뿌리깊게 내린 안보중심의 정치, 지역주의 정치는 왜소해지게 된다. 대신 앨빈 토플러가 설파한 「모자이크 정치」, 즉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편차있는 시각들이 공존하는 정치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서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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