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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소동이 남긴 것/노진환 정치 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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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소동이 남긴 것/노진환 정치 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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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소문이 와전된 단순해프닝』.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직대통령 거액 비자금설」에 대한 검찰의 최종수사결과다. 이를 액면그대로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유언통하는 세상

그 발언파문으로 해서 김영삼대통령의 측근중 측근으로 알려진 서석재 총무처장관이 인책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비록 술자리에서 나온 유언치고는 파괴력이 대단했다. 소위 인재난을 겪고 있는 민주계의 「마지막 대안」으로 기대됐던 서씨가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가공할 파괴력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와신상담끝에 재기했다가 낙마한 그의 정치적 불운을 동정하기에 앞서 「해프닝」으로 봉합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말못할 사정은 없었는지 적이 궁금해진다.

이번 「뭉칫돈설」의 파문을 보면서 느낀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의 어느구석엔가에는 이같은 유언을 사실에 가깝게 믿게 하는 대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심쩍은 구석이 없었던들 유언은 근거없는 또 하나의 비어로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들로선 억울할지 모르나 전직 대통령들의 돈주머니에 대한 풍문은 그동안 증시와 기업관계자들 입에서 끊임없이 나돌았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돈의 규모를 추측하기도 했고 심지어 야권에서는 정치자금조성의 구체적 경로와 사용액을 그럴싸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의구심 솟는 까닭

전직대통령의 손 큰 씀씀이에 관한 일화도 많다. 며칠전 한 중진정치인은 자신의 지역구에 개장한 골프장으로 두 「전직」을 번갈아 초청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두 분 모두 3∼4팀의 일행을 동반했다고 한다. 두 분은 마치 경쟁하듯 골프장을 가도, 혹은 휴가를 떠나도 이처럼 무리를 짓는다. 경호상의 필요때문이라고 강변할지 모르나 국민의 눈에는 곱게 비쳐지지 않는다.

서전장관이 공인의 입장에서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근거없이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을 언급해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 전직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발생한 여러 비리의혹으로 인해 서전장관의 발언 물의 자체와 관계없이 우리사회에는 과거 권력자들에게 의구심을 보낼 수밖에 없는 토양이 형성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나 평생 군문에만 있었던 두분 전직대통령이 큰 재산가였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집권말년에 보좌진에게 수억원의 전별금을 주었다는 얘기는 논외로 치자. 퇴임후에도 무리지은 여행이나 골프행사, 손큰 씀씀이를 유지할수 있는 여유는 어디서 나올까.

외국의 「전직」들처럼 회고록집필로 돈방석에 앉았다거나 특별강연등을 통해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는 소리는 더더욱 듣지못했다. 퇴임후 특별한 소득원도 없을터인데 그런 윤택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있단 말인가. 단지 그 분들이 그 자리(대통령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그들의 재산명세서를 들여다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돈출처 어디일까

최근들어 우리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5, 6공 신당설이다. 원론적으로야 누구든 정치를 할수 있는 것이지만 5, 6공의 정치자금이 문제되는 시기에 구여권세력까지 들썩거리다보니 국민은 우리정치가 어디로 가는지 당혹감마저 갖게 된다. 그들이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선 것은 과거 그들의 방식처럼 인위적인 강제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필연적 흐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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