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쾌감과 불안감이 갈 수록 증폭되고 있다. 북한에 쌀을 실어다 주는 과정에서 결코 해프닝으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실책들이 드러나더니 이번에는 그런 실책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인사조치를 하겠다던 정부의 방침이 하룻만에 번복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남북관계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는 나웅배 통일부총리가 쌀회담 수석대표인 이석채 재경원차관을 바꾸겠다고 16일 국회에서 약속한지 하룻만에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나부총리는 전날 국회통일외무위원회에서 대북정책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공세에 수석대표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17일 하오 긴급소집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묵살되었다.
지금까지 회담에서 통일원은 소외되어 왔다. 나부총리는 앞으로의 대북정책은 통일원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비쳤고 후임 쌀 회담수석대표로 송영대 통일원차관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관철되지 않음으로써 위상을 만회하려는 통일원의 노력은 무산된 셈이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문제에 관한한 국민들은 통일원이 관장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통일원을 제쳐두고 다른 부처나 비선을 통해 정책 수행을 도모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정운영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초 쌀 제공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재경원차관이 수석대표로 나가는게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록 쌀이 주제이긴 하나 회담의 성격은 어디까지나 경제가 아닌 정치적인것이라고 볼때 경험있는 전문가가 나서는게 상식이다. 특히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고도의 경험과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다.
나부총리는 16일 국회통일외무위에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다짐 역시 불발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남북쌀회담 수석대표 교체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통일부총리가 대북정책 전반을 어떻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저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대북저자세에 불만이 가득 차 있는 마당에 관계부처나 당국끼리마저 손발이 맞지 않아 정책의 혼선이 노골적으로 나타나면 국민들은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대북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정부가 내부갈등을 드러내면 불길한 생각을 하는 국민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큰 일일수록 정도와 상식에 따라야 뒤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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