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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부름(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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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부름(장명수 칼럼)

입력
199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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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관련된 3개의 기사가 같은 날짜 신문에 실려 눈길을 끌었다. 6·25때 끌려간 형을 만나려고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다 북한당국에 잡혀 보름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난 이종근씨의 얘기, 『북한은 식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일본이 사죄의 헌상을 하겠다고 하여 쌀을 받게 된것』이라는 북측 발언에대한 일본의 대응, 남북회담 대표 교체를 건의하겠다던 나웅배통일부총리의 국회답변이 하룻만에 취소된 배경등 3건의 기사들은 남북관계의 불협화음을 생중계라도 하듯 어지럽다.연변에 사는 동포의 도움으로 형을 만나려고 중국에 갔던 이종근(53·경남 함양군 병곡면)씨는 조카가 기다린다는 두만강 가운데의 중국령 풀섬까지 헤엄치다가 급류로 북한땅에 밀려 갔는데, 형도 못 만난채 천신만고끝에 귀국한 그의 모습을 보니 새삼 분노가 치민다. 이 지구상에 혈육을 만나는것이 이처럼 힘든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쌀을 받아가면서도 트집을 일삼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성의를 보일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것인가.

북한의 김용순 노동당비서가 재미 한국인 목사와의 회견에서 했다는 발언(「말」8월호 게재)은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그는 『우리는 의식주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쌀은 축산에도 경공업에도 활용할수 있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일본 쌀은 사죄의 의미로 헌상하겠다고 하여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쌀을 보내는 인도적인 차원과는 배치되므로 국민이 추가지원을 납득하지 않을것』이라고 문제삼고 나섰는데, 북측이 어떤 핑계로 빠져 나갈지 주목된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정부의 대북정책마저 혼선을 빚으며 북측의 억지에 한없이 끌려 다니고 있으니 국민은 이제 북한 쌀 이야기만 나와도 머리를 흔들고 있다. 나웅배통일부총리는 16일 국회 통일외무위에서 여야의원들의 빗발치는 공격에 진땀을 흘리면서 「수석대표의 대북관계 경험 부족」을 인정하고, 대표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으나, 그의 발언은 하룻만에 취소됐다. 대북정책을 총괄해야할 통일원은 계속 소외되고, 「경험부족과 근거없는 낙관」으로 계속 남북회담을 밀고 가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45년전 생이별한 형을 만나려고 두만강에 뛰어들었던 그 눈물겨운 「피의 부름」, 그것을 북한이 계속 외면한다면 우리의 인도주의에도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그것은 북한뿐 아니라 우리정부도 명심해야할 사항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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