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기관인 한국은행에서 불법적으로 화폐가 유출된 사건은 또 하나의 충격이다. 지난6월 조폐창에서 1천원짜리 현찰이 대량으로 불법 유출된데 이어 이번에는 발권은행인 중앙은행에서 1만원짜리 현찰이 두번이나 불법 유출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화폐관리 전반에 걸쳐 불신과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점은 중앙은행과 조폐창등 화폐의 제조 발행기관 모두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느 한군데가 아니라 화폐관리와 관련된 다른 모든 곳에도 사고의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범죄의 도구가 된 지폐 자동정사기는 한국은행 본·지점 30군데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 지금 같은 한국은행의 관리수준으로는 같은 유형의 사고가 언제 얼마나 났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또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날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화폐관리 체계가 너무도 허술하고 뚫려있는 구멍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지난번 조폐창 사건 때도 그랬었지만 한국은행의 경우 역시 화폐를 발행 관리하는 당국자로서의 태도와 자세가 너무나 불성실하고 무책임하다.
이번 사건은 관련자의 제보로 1년4개월만에 뒤늦게 밝혀졌고 한국은행은 마지 못해 이를 시인했을 뿐이다. 자체조사로 화폐유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사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관련 직원들을 가볍게 자체 징계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덮어버렸다. 사건을 보고받은 정부도 응분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사건이 알려지니까 이제와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참을 수 없는 나태 안일이며 무책임이다. 지난번 조폐창 사건때도 사장 한 사람을 경질한 것 외에 제도적으로 어떤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알려진 게 없다.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경각심도 없고 재발방지의 확고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돈을 찍어 유통시키는 화폐관리 업무는 한치의 오차나 사소한 실수도 허용될 수 없는 무오류의 절대적 신뢰가 필수적이며 철통같은 보안이 생명이다. 국가존립의 근간이 되는 통화신용질서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반복해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국가의 기본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전반적인 사회기강의 해이와 잦은 사고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이처럼 국가질서의 밑둥을 갉아먹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은 심상찮은 일이다.
있어서는 안될 사고가 거듭해서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 그에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관리조직 전체에 경종을 울려줄 만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이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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