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과천의 건설교통부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건교부가 사실상 확정안이나 다름없는 대구경북광역개발계획안에 대해 대구지역에서는 공청회를 열면서도 정작 출입기자들에게는 계획안을 「은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개발계획안은 대구 경북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신도시, 항만시설, 관광단지, 교통망등을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건설하겠다는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계획은 정부가 전국을 7개 광역권으로 나눠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국토종합개발계획의 하나로 광역권 개발계획안들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건교부는 대구경북지역주민은 물론 전국민이 훤히 알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지역문제」로 축소하는 데 급급했고, 급기야는 이날 상오까지 계획안을 대구경북지역 관계기관과 지역언론사에만 배포하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비밀 배포계획」을 수정했다.
일련의 상황을 곰곰이 짚어보면 정부의 정책이 정치논리에 역이용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현정권에 대한 대구경북지역의 미묘한 정서가 남아 있는 가운데 개발계획이 전국적으로 공표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따가운 시선과 역효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 속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문에 정책을 수립해 놓고도 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정책수행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구경북개발안과 같이 전국토에 대한 중장기 개발계획에 따라 발표일정이 잡혀 있는 정책은 떳떳하게 전국민에게 공개하고 여러 측면에서 심판을 받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해말 장관이 직접 나서 부산권과 아산만권에 대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공무원들은 기자들에게 가급적 『크게 써달라』고 당부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