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이 고유상표 「777」 멋대로 사용”/대성금속,미 특허청에 취소심판 청구중소기업이 세계적인 항공사 보잉사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싸움을 걸었다. 손톱깎이 전문생산업체인 대성금속(대표 김형규)은 최근 미 특허청에 보잉사가 자사의 고유상표인 「777」(스리 세븐)을 무단등록했다며 상표등록 취소심판을 신청했다. 손톱깎이와 비행기의 차이만큼이나 무모해보이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대성의 심판청구는 당연하다.
문제는 보잉사가 차세대 민항기인 777기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보잉사는 비행기는 물론 기내에서 쓰는 나이프 여성용핸드백 손톱깎이등 30여개 품목까지 「777」상표로 등록했다. 이미 「777」이라는 브랜드로 미국시장은 물론 세계 80여개국에 손톱깎이를 수출해왔고 미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중이었던 대성금속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현재 미 특허법상 손톱깎이는 「클래스 8」로 분류돼 대성금속이 먼저 사용한 「777」상표라도 품목기준이 다른 비행기에는 이 상표를 사용할 수 있으나 품목기준이 같은 포켓용나이프 핸드백 손톱깎이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게 대성금속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보잉사는 「747」등 7시리즈의 비행기를 개발하면서 관련제품들을 연합상표로 사용해왔다는 관행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조의제 변리사는 『선등록주의, 즉 등록을 먼저한 측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상표를 먼저 사용한측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선사용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대성금속이 유리한 입장』이라며 『이미 84년부터 777상표로 미국에 수출한 사실을 입증하는 물품대금청구서등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해결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미 몇차례 협상과정에서 완강한 태도를 보여온 보잉사측이 취소심판에서 패할 경우 이에 불복, 소송을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성측은 『적어도 10만달러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소송비용등이 걱정된다』면서 『그러나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성금속은 82년 수출에 나서 세계시장을 석권한 손톱깎이업계의 작은 거인. 이미 미국시장에서 트림사등을 제쳤고 최근 중저가제품에서 시장영역을 잠식해오고 있는 중국이 대성금속을 본따 555브랜드로 수출할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 지난해 수출실적이 2천만달러였고 연간 6천만개를 생산하는 천안공장은 단위공장으로는 세계최대 규모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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