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4일 문정수 당시 민자당사무총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경쟁원리도입의 차원에서 집권당 사상 처음으로 원내총무경선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권위주의적 관행에 젖어온 여당이 경선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라는 자찬이 이어졌다.그리고 7개월정도가 지난 17일. 박범진 대변인은 「원내총무경선 폐지」를 공식확인했다.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대변인은 『임기제 총무가 고위당직자회의의 정식멤버인데 어떻게 그 사람을 앉혀놓고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가 있었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러면 당사자 모르게 뒤에서 논의해 결정한 뒤 통보하는 건 괜찮단 말이냐』는 기자들의 추궁에 박대변인은 웃고만 있었다. 그는 폐지이유에 대해 『임기제총무는 전면당직개편에 장애가 된다는 일부 고위당직자들의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거의 같은 시각 당헌개정작업을 맡고 있는 최재욱 기조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났다. 『누가 처음 문제제기를 했느냐』『이유가 뭐냐』는 물음이 줄을 이었다. 최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준비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1년마다 복잡한 일을 되풀이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고 여기에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박대변인의 말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결국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총무경선폐지라는 중요한 문제가 결정되기까지 당내에서는 분명한 사전협의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도입당시에도 실효성과 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해도 정당 주요당직의 경선은 당내 민주화의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또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일이고 그 폭과 대상도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때문에 이미 도입해 놓은 제도조차 굳이 폐지하려는 민자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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