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쓴 중학생딸 성장과정 에피소드/평범하고 건강한 삶 돕는 모정에 공감대지금은 국민학교 일학년인 큰 아이가 다섯살때의 일이다. 새벽녘에 들리는 아이 우는 소리에 깨어보니, 제 이부자리에 앉은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엄마, 도깨비가 망치로 내 이를 꽝꽝 두드리는 것같아요』
아침 일찍 치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모두 다 내 탓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아이와의 대화를 듣고 무심코 던진 택시운전사의 말 한 마디에 더욱 더 우울해졌다. 『아주머니는 이제 깍정이에요. 소중한 아이 잘 키우세요』
그 후로 지금까지 아이와의 관계에서 적색등이 켜질 때마다 택시운전사의 「깍정이」라는 말이 내 귓속에서 웅웅거렸다. 그런데, 얼마전 읽은 양귀자의 「엄마노릇 마흔일곱가지」는 바로 그 깍정이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빌미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은 딸의 출생에서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함께 통과한 작가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낸 것이다. 처음으로 아이와 눈을 맞추었을때의 감동, 아이의 정서적 밑거름이 된 이웃과 나누었던 사랑의 교감, 태권도 품심사에서 당당하게 품여를 받은 아이에 대한 대견함, 그런가 하면 아이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정곡을 꿰뚫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허둥대는 엄마의 모습도 꾸밈없이 그려져 있다. 게다가 국민학교 졸업기념으로 정성껏 쓴 동화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딸의 태도에 화가 나서 소리지르는 엄마의 모습은 내 속이 후련할 정도였다.
바로 그 엄마의 모습은, 흔히 이야기하듯, 거창한 태몽과 함께 자식을 낳아 헌신적 뒷받침으로 그의 재능을 꽃피우게 하는 위대한 어머니상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거듭 성장하며, 평범한 아이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희구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찌 그보다 못하다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엄마노릇이란 제 아이를 올바로 키우는 책임은 물론 그 아이가 뿌리내릴 건전한 사회를 이루어야 할 의무까지도 포함한다고 믿는다.
도토리가 여물고 튼튼하게 자랄 때까지 보호해주는 깍정이. 그리하여 떨어진 열매가 비옥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그들 또한 커다란 나무로 자라서 보다 울창한 숲을 이루길 굳게 믿으며, 그 택시운전사의 의미있는 말을 되뇌어본다.<연세대 음대강사>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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