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계통 일원화로 「실책」 방지/회담 추진 속도 완급 조정 전망쌀협상 과정에 대한 사면초가식 비판이 가해진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웅배 통일부총리는 16일 국회 통일외무위 답변에서 『쌀문제를 거울삼아 앞으로 남북관계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나부총리의 이 발언이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궤도수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나부총리는 같은날 「세계한민족 통일문제 토론회」개회사를 통해 『앞으로 남북관계는 의외의 변수와 걸림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화해와 협력의 큰 길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따라서 정부로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장기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해 정책에서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통일원등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쌀지원 협상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쌀지원을 위한 1차회담 당시에는 대통령에게 아무리 진언을 해도 들리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는 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쌀지원 협상은 비밀회담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면서 『24년에 걸친 남북대화의 역사에 비춰볼 때 이번 회담은 하나의 작은 해프닝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박억류사건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게 정책결정권자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은 헬기 격추사건 당시 홀준위 송환을 위해 더 많은 사과를 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같은 시각에 비춰볼 때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란 곧 내부의 혼란을 조정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선 비너스호 억류사건은 사실 쌀회담의 주도권을 통일원이 어느정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 7월의 2차회담 당시 통일원 관계자들은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까…』라며 의욕을 보이는 자세였으며 남북회담사무국의 회담전략반이 베이징(북경)회담을 지원하기 위해 분명히 가동됐었다. 그러나 이처럼 어정쩡한 책임의 이관은 도리어 혼선을 가중시켰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던 한 원인이 됐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정작업은 먼저 쌀 관련회담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일원화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베이징회담의 대표진은 협상의 성과를 너무 서두른 나머지 실책을 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드시 하역항구에서의 통신수단을 확보하라는 훈령을 무시한 것, 또 우성호 송환문제를 성급히 낙관, 마치 북측이 송환을 확약한 것처럼 발표를 과대포장한 것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휘 책임계통이 변화될 경우 베이징회담의 추진속도도 완급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쌀수송을 제3국 선박에 위임하거나 북측 선박에 맡기는 방안을 관철하는 한편 우리측 선박이 계속 쌀을 수송할 경우 반드시 통신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자세다.
정부 주변에서는 극단을 오가던 대북정책이 시행착오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정리된 기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도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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