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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소침한 민자 민주계

입력
1995.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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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들 잇단상처·국정운영 불신에 “이러다 정체성마저 와해” 우려소리김영삼 정부를 탄생시킨 「상도동사단」은 매년 이맘때면 이심전심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김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오다 지난 91년 8월19일 지병으로 타계한 고 김동영 전 정무장관의 추모모임이 그것이다.

하지만 4주기를 맞는 금년의 「추모회동」분위기는 별로 밝지못할 것 같다. 지방선거패배이후 김대통령의 통치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민자당에서부터 공개표출되고 이는 곧 집권세력인 민주계의 국가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북 쌀지원과정에서 빚어진 물의로 정책의 신뢰성이 결정적으로 실추된데다 1주일이상 온나라를 시끄럽게한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수천억 비자금설」파문이 한낱 해프닝으로 귀결됨으로써 민주계인사들은 심정적으로 크게 위축돼있다. 또 「8·15대사면」을 여권화합차원의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왔던 개혁과 변화의 기치가 꺾이는 것같아 마음이 편치못한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민정계가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며 대대적 공세를 펴는 것을 보면서도 대응방법을 찾지못한채 속만 끓이고 있다. 이와관련, 한 핵심인사는 『민주계 소장파들이 「왜 민정계의 독주를 바라보고만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민주계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상당한 현 시점에서 말을 해봐야 괜히 분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다른 인사는 『최형우 의원등 상도동 좌장그룹과, 김덕룡 의원등 핵심인물들이 저마다 정치적 상처를 입어 리더그룹의 전열이 흐트러진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고 김전장관이 이같은 상황을 보면 땅을 칠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계가 느끼는 보다 큰 불안감은 가까운 시일내에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지내다보면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아예 민주계의 정체성이 허물어지는 것아니냐』는 우려의 얘기도 이런 맥락이다.

김전장관의 추모모임에서 민주계인사들이 집권초에 비해 「너무도 달라진 상황」에 대한 어떤 회한을 나누며 어떤 앞날을 기약할지 주목된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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