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체질개선·구조 조정 지연예고/반도체·철강·자동차 등 가격경쟁력 상실… 환율정책이 관건우리 경제가 또다시 환율풍랑에 휘말리고 있다. 5개월째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엔화가치는 16일 국제외환시장에서 99엔까지 곤두박질(환율로는 상승), 엔화의 대미달러환율을 작년말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 대신 추락하던 달러가치는 마침내 날개를 달아 엔·마르크화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기류를 타고 있다.
불과 반년새 「상대적 엔고→슈퍼엔고→상대적 엔저」의 반전을 거듭하는 널뛰기식 국제환율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재화·용역의 국가간 교환가치, 즉 국제상품가격을 결정하는 환율이 예측불허로 요동친다는 것은 무역의존도, 특히 가격경쟁력을 고집하는 국내 경제구조의 불안정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러의 초강세반전으로 선진국도약을 위한 한국경제 체질개혁의 마지막 기회로 불리우던 「슈퍼엔고」는 사실상 「없던 것」으로 돼버렸다.
정부는 지난 3월이후 예상치 못한 엔고로 올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대폭 상향조정(한국은행 7.3%→9.2%, KDI 7.1%→9.3%)하면서 과열제거를 위한 비교적 고단위 경기안정책을 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번 엔화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상향조정한 경제성장률의 달성은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직접적 타격은 역시 국제수지쪽이다. 두자릿수 수출증대를 주도했던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등 「엔고수혜업종」들은 슈퍼엔고의 종식으로 대일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엔화환율이 달러당 90엔대에서 1백엔대로 절하될 때 우리경제는 첫해에만 ▲GNP 0.4% ▲무역수지 12억달러의 악화가 빚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추정을 내놓았다.
슈퍼엔고 폐막이 가져올 최대의 비극은 구조조정의 지연이다. 87, 88년 3저호황을 덧없이 흘려보낸 우리 경제로선 이번 엔고가 산업구조조정과 경제체질개선의 마지막이자 최대의 호기로 여겨졌었다. 자본재산업 육성, 중소기업근대화, 기술집약형 구조전환, 해외투자활성화등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시책들은 한결같이 「엔고환경」을 전제로 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좀 다르다. 재정경제원의 한 당국자는 『슈퍼엔고때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기조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엔고국면』이라며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정책방향수정은 아직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상반기 슈퍼엔고는 우리 경제에 과실 못지않은 부담도 주었다. 내부 힘만으로도 고속질주하던 우리 경제는 밖에서 기름(엔고)을 쏟아붓는 바람에 상당한 과부하(과열)를 받았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아직도 과열기미가 완전 해소되지 않은 이상 엔고둔화는 경기의 연착륙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경기둔화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는 이상 안정책이 계속될 경우 경기하강의 시점과 속도가 빨라져 90년대초와 같은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 3·4분기까지는 안정기조, 4·4분기부터는 신축적 경기운용방침을 정했던 재경원도 만약 이번 엔저의 경기냉각효과가 가시화할 경우 안정책을 다소 빨리 포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화약세의 득실에 대한 최종결과는 국내환율(대미달러환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대과제로 떠오른 국제수지방어를 위해 자본수지 흑자기조에도 불구,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을 절하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슈퍼엔고의 퇴조로 수출 및 경기둔화가 가속화할 경우 원화의 절하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엔환율의 절하만큼 원환율도 절하된다면 슈퍼엔고종식이 가져온 지수상의 부작용(수출감소)과 심리적 허탈감은 달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격경쟁력만에 매달린 국내기업들을 기술·품질중심으로 전환, 환율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구조조정」의 달성은 그만큼 멀어지는 셈이다. 관건은 정부의 환율정책의지에 달려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엔고 퇴조의 득과 실
득
대일수입업체 채산성 개선→무역 역조 개선
경기상승 속도 둔화→과열 우려 퇴조
물가 인상요인 제거→인플레 부담 경감
국제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리스크 감소→해외투자 수출여건 개선
엔블록화및 아시아지역의 일본경제화 속도 둔화
일본기업의 대외진출 둔화→국내기업의 해외투자 여력 개선
실
국내산업의 구조 조정 지연
반도체 철강 조선 등 대일 경합산업의 경쟁력약화→수출 감소
엔고장기화땐 경기정점의 조기화 경기하강의 장기화 가능성
미·일 무역역조 심화→미국의 시장 개방 압력 가속화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 저하→기업의 「가격경쟁력」 의존도 심화→체질개선 노력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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