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사건 또 가능… 브로커 등 대책을/안목사 납북 와중 북 송환배경도 주목우리 국민이 북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을 만나기위해 북한땅에 들어갔다가 중국측의 협조로 우리측에 송환된 사건은 그 배경과 실태와 관련,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무부에 의하면 7월31일 친형을 만나려고 입북했던 이종근(54·양조업·경남 함양군 병곡면 송평리528)씨가 16일 송환돼 중국 현지에서 우리측에 신병이 인도됐다. 이씨의 입북및 송환사건은 우발적인 사건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산가족 상봉실태와 그에 따른 문제점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이씨의 경우는 고의든 사고든 중국에서 북한에 입북했다가 북·중간의 교섭을 통해 송환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이 비교적 순순히 이씨를 송환해준 배경이 관심거리다. 중국측은 현재 선교활동을 하다 납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승운 목사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고, 강제납북으로 판명될 경우 북·중관계는 매우 불편해질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북한이 이씨 송환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중국측을 또다시 자극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씨가 두만강을 건너 입북하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로 치료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송환을 다소 지연시키긴 했지만 입북 2주일여만에 이씨를 중국측에 넘겨줬다. 물론 북측은 이 기간에 이씨를 면밀히 조사, 정치적 이용가치가 거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씨가 송환된 것은 한·중간에 긴밀한 사후협의가 성과를 본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우리측은 안목사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당국의 자발적인 협력 이외에는 어떠한 직접적인 송환교섭수단도 봉쇄돼있는 상태다. 때문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했을 경우 북한이 이번과 마찬가지로 송환에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또 북·중 국경지역인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 상봉을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않은 실태를 감안하면 정부의 좀 더 세심한 정책적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송환된 이씨도 상봉 브로커역할을 했던 현지 조선족 남모씨로부터 친형의 생존사실을 확인, 6월부터 남씨를 통해 서신왕래를 하다 급기야 상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씨의 조카가 두만강 북측지역에서 이씨의 입북을 권유했고, 조선족사회에 상봉브로커까지 있다는 사실은 또다른 유사한 입북사례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씨에 대한 국내적인 사법처리에도 문제점이 있다. 이씨와 동행, 입북경위를 목격한 사촌동생 이종욱(49)씨는 『형이 입북하려 한 것은 아니고 두만강 하중도의 하나로 중국령인 「풀섬」에 가서 조카를 만나려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사건경위는 이씨가 귀국해 당국이 조사해봐야 밝혀지겠지만 이씨의 입북이 단순한 사고인지 여부를 가리는 일도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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