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침략전쟁 인정과 사죄다. 무라야마(촌산부시)일본총리가 패전기념일인 15일 지난 전쟁을 공식적으로 침략전쟁으로 인정하고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로 고통을 당한 아시아 각국민에게 통절한 반성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일본총리가 담화란 공식발표를 통해 침략전쟁을 명확히 인정하고 군더더기 없이 사죄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징적이나마 국가원수인 일왕의 사죄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이번 발표는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얼마나 진심의 반성이냐다.
그동안 일본은 지난 전쟁과 식민지배의 잘못을 모호한 용어로 호도하려 해왔다. 「통석의 염」 「침략적 행위」 「반성의 염」 「통심」 「진사」 등 어느 것 하나 말장난이 아닌 것이 없었다. 이것도 부족해 지난번 국회의 전후결의문은 전쟁을 합리화하는 자기변명에 급급했고 여기에 「지난 전쟁은 해방전쟁이었다」 「한일합방은 우호적으로 이뤄졌다」는 등 갖가지 망언까지 곁들이는 뻔뻔스런 자세를 견지해 왔다.
이같은 책임회피 태도는 세계 각국의 이해를 얻지 못하고 분노만 샀다. 아시아 각국과의 화해가 아직도 요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라야마총리가 사죄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에 대한 반성과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라」는 세계 각국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담화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쟁책임엔 말이 아닌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최근 일본을 방문한 바이츠제커 전독일대통령의 말처럼 행동의 뒷받침이 없는 사죄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 진정한 반성일 수 없다.
현재 일본국내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만만치 않다. 무라야마총리가 이날 담화를 전몰자추도식전에서 발표하지 못하고 기자회견형식을 빌려 한 것도 보수세력의 반발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총리에게 사과서한을 보내놓고도 이를 부인했다가 이를 다시 인정한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 였다.
이것은 그만큼 과거청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과 확고한 의지가 필수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일본의 국익에도 부합되는 것으로 일본국민도 대부분 이를 지지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 깊은 반성위에 서서 독선적인 내셔널리즘을 배격한다」는 담화의 내용을 행동으로만 옮긴다면 과거청산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의 화해도 어렵지 않고 일본의 앞날도 밝다고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부터 더욱 더 일본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