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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북부 울창한 흑림은…”/유근배 교수 서울대·지리학(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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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북부 울창한 흑림은…”/유근배 교수 서울대·지리학(녹색칼럼)

입력
199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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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전 「칭기즈칸 칙령」 덕분/우리도 스키·골프장허가 자제를”얼마전 몽골 고원의 초원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답사 목적은 인공위성으로 얻은 정보를 초원환경 보전에 응용하는 방안을 몽골의 정부관리와 학자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몽골 국토의 대부분은 초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져있고 북부지역에는 소나무 가문비나무 삼나무등 흑림이 분포한다. 초원지역에서도 산이나 언덕위에 작은 규모이지만 드문드문 숲을 볼 수 있다. 고비사막에서도 직경이 2∼3나 되는 나무등걸을 찾을 수 있다. 이때문에 학자들 사이에는 몽골의 국토는 과거에 무성한 흑림으로 덮여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이 무성한 흑림을 초원과 사막으로 만들었을까. 많은 학자들은 기후변화를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으나 인위적인 삼림파괴를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고비사막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는 것이다.

삼림지역에 비가 내리면 일부는 나뭇잎이나 줄기에 머물렀다가 곧 대기중으로 증발한다. 일부는 줄기를 따라 흘러내려 흙속으로 유입된다. 이 부분은 나뭇잎이나 줄기에 묻어있는 물질을 대동하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다. 땅위를 흐르는 물도 삼림지역에서는 쉽게 흙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수분이 넉넉해지고 지하수도 잘 채워진다.

반면 나무가 사라지면 토양의 수분 사정이 달라진다. 초원이나 사막에서는 빗물로 내린 물이 대부분 증발되거나 식물체를 통해 발산된다. 몽골고원은 전반적으로 물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년중 눈이 지면을 덮는 날이 많다. 이 때문에 일단 숲이 파괴되면 복구되기 어렵다.

그러나 북부지역은 여전히 울창한 흑림이 유지되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도 숲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한번 파괴되면 수백년 걸려도 복구되기 어려운 몽골의 흑림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칭기즈칸등 역대 지배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몽골사람들의 자랑거리인 칭기즈칸은 토지이용의 안목에서도 혜안을 가졌던 것같다. 흑림을 보호하라는 칙령을 내려 흑림에서 나무를 베거나 사냥하는 사람을 엄하게 처벌했다. 이 전통은 몽골에서 7백여년동안 엄격하게 지켜져 오고 있다. 지금도 흑림에 접근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부터 수도권과 태안등지의 숲을 금산이라고 하여 보호했고, 허가없이 나무를 베어내는 사람을 엄벌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기업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숲을 보전하기 보다는 스키와 골프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스키장이나 골프장, 호텔이 다가올 7백년 동안에도 내내 숲보다 중요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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