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모습·미래상 등 그린 길놀이 “장관”/전국 48개 봉수대선 「통일기원 횃불」/친일시비 가요「감격시대」 축하첫노래 선정 눈살8·15 50주년을 맞은 1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는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통일을 염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국민들의 큰 호응속에 밤늦게까지 펼쳐졌다.
▷경축연회◁
○1천여명 초청참석
○…김영삼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에 이어 이날 낮 경복궁내 경회루에서 3부 요인과 각계 인사, 해외동포 그리고 주한외교단등 1천여명이 초청된 경축연회에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연회에서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은 조국광복을 위해 이름없이 광야에서 사라진 수많은 애국열사와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조국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덕분』이라고 추모했다. 김대통령은 또 『광복절인 오늘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6·25는 통일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으나 공산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전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구조선총독부의 철거는 우리 민족이 정신적으로 해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광복의 그날 만세를 부르던 심정으로 돌아가 위대한 국가를 만드는데 힘쓰자』고 역설했다.
학창시절의 독립운동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인 애족장을 수여받은 홍영기 국회부의장은 김대통령이 감회를 묻자 『옥중에서 맞은 해방의 감격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당시의 감격을 회고했다.
한편 연회에 초청된 이기택 민주당총재와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각각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경축행사◁
○…상오 9시20분 축포와 함께 구총독부건물 첨탑이 들어올려지자 시민 5만여명은 일제히 태극기와 태극부채를 흔들며 환호했다. 일부시민들은 역사의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어린 자녀들에게 행사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있던 시민들은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중앙에 설치된 가로6 세로7의 초대형 멀티비전 앞에 몰려서 첨탑철거장면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축식행사중 구조선총독부 첨탑제거를 축하하는 첫 노래로 친일가요시비가 일고있는 「감격시대」가 흘러나와 일부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주최측이나 대다수 국민들은 남인수가 불러 크게 히트했던 이 노래를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음악전문가들과 원로들은 『이 노래는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던 1939년에 나온 친일가요』라고 분개했다.
○외국인들도 큰 관심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나와 행사내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호쿠리큐 오타니(북륙대곡)고교의 역사교사라는 야마시타 노부아키(산하신소·51)씨는 『총독부건물 철거는 당연한 역사적 귀결』이라며 『어린 청소년들이 역사의 주역이 되는 21세기에는 새로운 한일관계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인 돈 캐므론(37·중앙대 영어강사)씨는 『한국인의 대일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미래에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길놀이◁
○…「광복길놀이」는 하오4시 조순 서울시장의 개막선언으로 시작, 10만여명의 시민이 연도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동대문운동장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4.1㎞구간에서 2시간여동안 진행됐다.
광복전후 우리 민족의 각종 생활모습을 표현한 마임단을 앞세운 행렬은 거북선에 거대비석을 끌어올리는 모습의 상징차량, 일제강점기에서 독립과 광복까지를 상징하는 전차모형 차량, 21세기 이미지를 묘사한 반딧불모양의 미래상징차량순으로 이어졌다.
또 각 시·도를 상징하는 30여대의 장식차량에다 이들 사이사이에 놀이패와 취타대, 사물놀이패들이 참여, 총길이 2㎞에 이르는 장관을 이뤘다.
○만세삼창으로 마감
○…특히 이번 행사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해신달신꼬리잇기행사」「시민깃발행진」「시민물총놀이」등이 마련돼 시민들과 행렬참가자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길놀이행렬이 광화문앞에 도착한 뒤 사물놀이패와 전국음대연합심포니밴드의 합동공연이 열렸으며 이어 시민, 행사참가자 전원의 만세삼창으로 행사가 마감됐다.<신재민·최서용·조철환 기자>신재민·최서용·조철환>
▷지역행사◁
○…광복 50주년을 맞아 전국 각 지역에서는 한말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봉화제가 올려지고 지역출신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관 개관, 생가복원식과 각종 문화행사가 열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조국통일을 기원했다.
「통일기원 전국봉화추진본부」는 1895년 구한말 봉수군이 해제된뒤 1백여년만에, 광복절 전야인 14일 하오7시부터 15일 새벽까지 한라산을 시작으로 전국 48개 주요 봉수대에서 장작불을 태워 올리는 「통일의 횃불」행사를 벌였다. 경기 화성군은 이와 별도로 15일 낮 12시를 기해 우정면 화산리와 송산면 독지리 봉화대를 비롯, 15개 읍·면에서 일제히 봉화를 올렸다.
○백산독립기념관 개관
부산에서는 백산 안희제(1885-1943)선생이 일제하인 1914년 백산무역상회를 설립, 독립운동의 국내 연락과 자금공급 비밀거점으로 사용한 부산 중구 동광동3가 10의2 백산상회 유적지에 「백산독립기념관」을 건립, 이날 하오2시께 개관식을 가졌다.
대구에서는 이날 상오 달서구 두류3동 두류공원 예술인의 동산(2·28기념탑앞)에서 민족시인 이상화 동상제막식이 열렸다. 지역예술인들이 미술작품 판매수익금으로 건립한 상화 동상 기념비에는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문이 새겨져 고인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있다.
경북 영덕군은 구한말 평민출신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영덕군 축산면 도곡리 528의1 생가를 복원해 이날 준공했다.
○오라니만세운동 재현
또 일제만행에 저항해 싸운 독립투사들의 일대기를 그린 각종 문화예술행사와 학술대회, 전시회등 선열을 추모하는 행사가 줄을 이었다. 이날 하오 7시30분 전주시 진북동 전북학생회관에서는 전북지역 의병장들의 삶을 그린 전북도립국악단의 광복 50주년 기념 창무극 「호남벌의 북소리」대공연이 시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소라리 주구산등 각지에서는 일제가 박아둔 쇠말뚝을 뽑은 자리에 표석을 설치해 일제의 잔학함을 일깨웠고 또 김포군 양촌면에서 3·1운동 당시의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하는등 전국 곳곳에서 만세운동을 되살리는 행사를 가졌다.<전국 종합>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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