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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출간저지 심훈 육필본 첫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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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출간저지 심훈 육필본 첫공개

입력
199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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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현실 저항 담은 「그날이 오면」/「삭제」 도장 등 탄압상 생생하게 증언1932년 출간하려다 조선총독부의 검열로 무산된 심훈(1901∼36) 시집 「그날이 오면」 육필본이 공개됐다. 유족들의 제공으로 계간 「문학아카데미」가 가을호에 실은 육필본에는 문제가 된 시구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삭제」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

심훈이 심의를 요청한 「심훈시가집 제1집」의 원고 중 「치안방해」라는 이유로 전면, 혹은 부분 삭제지시를 받은 것은 총 64편중 20편. 「그날이 오면」 「필경」 「통곡속에서」 「조선은 술을 먹인다」 「태양의 임종」 「광란의 꿈」등 9편은 전문삭제, 「나의 강산이여」 「독백」 「조선의 자매여」 「동우」 「토막생각」 등 11편은 부분삭제 지시를 받았다.

삭제지시를 받은 시편들은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삼각산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이 목숨이 끊기기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 같이/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바더 올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처럼 식민지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현실비판, 저항의지를 담은 것들이다.

이 시들은 그가 1936년 숨지고 해방이 된 뒤인 1949년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유고시집으로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남한단독정부 수립이후 좌익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던 상황이어서 혁명기의 소련여성을 찬미한 표현이 들어 있는 「조선의 자매여」등 상당수 시편들이 일부 삭제되거나 바뀌어 출간된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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