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연구기관서 포맷·소재등 개발 바람직/열악한 제작환경 개선·모방규제 뒤따라야지난해 초 일본 니혼TV의 「월드 그레이트 TV」라는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방송중인 퀴즈프로를 자국의 것과 비교, 모방사례를 소개했다. 진행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한참 열거한 뒤 『이왕이면 똑같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비아냥댔다.
각국의 안방이 하나의 방송수신권으로 묶이는 위성방송시대에 이렇게 수치스런 베끼기는 또한 국제법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이다. 프로그램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전규찬 방송개발원 연구원은 『일본 TV는 우리 시청자를 자신의 오락물에 길들여 놓은 뒤 한국을 본격적인 시장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미국영화사 월트디즈니가 방송사 ABC를 매수한데서 드러나듯이, TV는 이미 영상산업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철환 MBC PD는 『일본프로를 모방하는 것은 제작진의 창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청자가 이미 일본식의 프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전혀 색다른 것을 시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뼈아픈 이유를 밝혔다.
제작진은 이밖의 이유로 부족한 시간과 열악한 제작환경을 들고 있다. 기간이 짧을수록, 제작단가가 낮을수록 모방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시간이 늘어나는 가을 프로그램개편 이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MBC 코미디작가 강재상씨는 『일본도 미국의 프로를 모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밖에서 들여온 아이디어를 자기 식으로 재창조하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는 단순모방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창섭교수(서강대 신방과)는 『모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작환경의 개선과 함께 방송위원회가 지나친 모방프로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심의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제작자들은 『어떤 공적인 기관이 프로그램 담당자가 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포맷의 개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재미의 발굴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마다 늘어나는 영상물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우리 프로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한국적인 멋과 정서, 색깔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