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로… 아내로… 딸로…/여성의 끝없는 자아찾기/이해·관용으로 갈등·대립극복 참모습 찾는 여정 그려여성소설의 한 자리를 든든히 지켜가고 있는 작가 김향숙(44)씨가 새 소설집 「물의 여자들」(문학과지성사)을 냈다. 중·단편 6편을 담은 작품집은 중산층의 허구성에 대한 반성과 여성의 자아찾기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이 「그림자 도시」(92년간)를 분수령으로 하여 보여주었던 이 시대 여성의 삶에 대한 내밀한 접근, 그들의 갈등과 아픔에 대한 형상화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만 「그림자 도시」처럼 젊은 여성의 강한 자기주장이 담겨 있다기보다는 여성의 주체성 확인을 늦추지 않으면서 온당한 삶에 대한 반성과 화해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그의 소설들은 한결같이 가족을 소재로 한다. 그것도 행복하지 못한 가족의 모습이 대부분이며 가정이라는 하나의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가정 바깥의 다른 사회와 갈등하고 교통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원만한 가정소설의 모습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는 한 남성의 아내로 대표되는 가족내 여성의 자리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며느리가 운전한 차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그런 죄를 안고 있으면서도 재혼하겠다고 말하는 며느리(「물의 여자들」), 헌신적이고 늘 일에 파묻혀 살아온 시어머니와 이기적 생활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며느리(「또 하나의 집」), 주체성을 지키면서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한 여자와 전형적인 주부로 가정에 충실했던 그의 친구(「두 여자」)등 여러 형태의 충돌과 대립을 통해 진정한 아내와 어머니의 모습을 찾아나간다.
『40대로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느끼게 되는 공허감, 가정생활에 대한 회의가 비슷비슷한 주제로 소설을 풀어나가는 계기가 됐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에 등장하는 각 세대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기나름의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면서도 무언가 불안한 구석이 있다. 어머니세대가 대변하는 아내로서의 미덕과 딸세대의 합리적이며 당당한 삶이 서로 갖지 못한 것을 이해와 관용이라는 주제로 보듬으며 화해시키려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서는 고부간의 갈등이 혼수문제라는 사회적 주제나, 아들을 빼앗긴 시어머니의 피해의식이라는 심리적 차원에서 나아가 가정 속에서 여성의 참모습 회복이라는 주제로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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