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의무 중시냐 아내도리 우선이냐”/대부분 “징계불가피” 불구 수위 의견갈려/일부선 “관권선거와 거리멀어” 동정론도「공직자」의 의무가 먼저인가, 「아내」의 도리가 중요한가.
6·27지방선거에 시장후보로 나선 남편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사법사상 처음으로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울가정법원 이선희(46)판사의 징계여부에 법조계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14일 상오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윤대법원장)를 열고 이판사의 소명을 듣는등 심의를 벌였으나 최종결론은 유보했다.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위원들 대부분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같이 했으나 징계의 수위를 놓고 다소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판사의 남편 이해봉(전대구시장)씨는 지난 6·27선거 당시 대구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판사는 선거직전 휴가원을 내려했으나 허락되지 않자 일과시간이 끝난뒤 비행기로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조심스런 「내조」를 했다. 공무원 신분때문에 『이후보의 부인』이라고 알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투표일이 닥치자 다급해진 이판사는 결국 어깨띠를 두르고 연단에 올라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다. 당초 구두경고에 그쳤던 대구 선관위는 6월 26일 이판사에게 정식으로 서면경고했다.
선관위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마당에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은 7월 중순께 이판사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대법원관계자는 『일선법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이 법을 어긴 이상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도 아닌 법관이 법을 어기면서 어떻게 남을 재판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통합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개입금지」조항은 관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 취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판사의 행위는 관용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의 부인들에게는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선거운동을 막고 있는 통합선거법 조항 자체가 평등권을 위배한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이판사는 이날 징계위에 참석한 뒤 『징계가 결정되면 달게 받겠다』고 밝히면서도 『아무리 판사신분이라지만 아내된 도리로 남편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선거막바지에 연단에 몇번 오른 정도를 가지고 문제삼으니 솔직히 억울한 심정』이라며 『적극적으로 뛰었더라면 차라리 덜할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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