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돈주고도 못구해사담 후세인대통령의 사위와 딸들이 요르단으로 전격망명한 이후 바그다드의 물가가 치솟는등 이라크 경제가「망명 쇼크」로 휘청대고 있다. 망명사건 이전 ㎏당 2천 디나르였던 식용유값이 며칠사이 2천5백디나르로 올랐고 계란 30개가 2천5백디나르에서 3천5백디나르로 무려 1천디나르가 상승했다. 밀가루 구하기는 아예 하늘의 별따기다.
화폐가치도 암시장에서 달러당 1천7백50디나르이던 것이 2천디나르로 뚝 떨어졌다.
이라크 공무원의 한달 평균임금이 5천디나르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라크의 물가는 서민 생활을 거의 파탄상태로 몰고 있다는 게 서방외교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물가불안은 이번 망명사태가 돌발적인 정치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이라크사회 전체에 엄청난 동요를 야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라크는 91년 걸프전이후 산업의 마비, 생필품 부족등으로 인플레의 수직상승을 경험한바 있어 더이상의 경제적 동요는 정권의 붕괴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걸프전이후 이라크에 가해진 유엔의 경제제재조치가 풀리려는 시점에서 터져 후세인 정권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라크가 사건 직후 경제제재조치 해제의 선결조건이었던 비밀무기개발에 대한 자료공개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라크 집권층의 위기의식을 반증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라크정부측은 망명쇼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가족내부의 문제」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이라크는 망명한 사위들이 권력을 이용해 부정을 저질렀고 후세인의 딸들은 자발적으로 망명한 것이 아니라 사위들이 약물을 투입시켜 사실상 납치했다고 주장하는등 망명동기의 평가절하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이번 망명쇼크가 이미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이라크 경제에 또 한차례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은 명백하다며 사태발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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