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오락·교양 등 대부분 장르 베끼기 열중/극일정신 실종 일저급문화 침투 앞장선 꼴광복 50년, TV 개국 34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안방극장에서는 일본색이 진동하고 있다. 국내TV의 일본프로그램 모방하기·베끼기가 쇼, 오락, 교양등 대부분의 장르에 걸쳐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TV를 통한 일본 저급문화의 안방침투는 서서히 우리의 창의력을 마비시키면서, 지난 50년간의 극일의지를 무색케 한다. 두 차례에 걸쳐 TV의 일본모방 실태를 분석하고 극복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최근 일본 도쿄에 출장간 회사원 김찬구(35)씨는 호텔방에서 TV를 켰다가 깜짝 놀랐다. TV도쿄채널에서 그가 즐겨보는 KBS의 쇼프로 「TV 진품명품」과 형식이 거의 같은 「개운 뭐든지 감정단」이란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 것을 일본이 베꼈나』하고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아닐 것 같아 입맛이 썼다.
우리 PD들은 개국 때마다 일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부산으로 출장을 가고,어떤 방송사는 아예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드라마나 만화를 모니터해 소재를 찾아내는 스토리작가를 고용하는 형편이니 김씨의 놀라움이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93년말 한국방송개발원이 발표한 「국내방송의 외국프로그램 모방현황분석」에 의하면 국내방송의 일본모방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KBS의 「특종웃음대결」은 일본니폰TV의 「투고 특보왕국」을 그대로 베꼈으며, SBS의 「알뜰살림 장만퀴즈」는 「백만엔 퀴즈헌터」, MBC의 도전추리특급은 「퀴즈매직컬 두뇌파워」를 모방했다고 당시 지적되었다.
모방이 가장 심각한 장르는 쇼, 오락프로. 퀴즈의 경우 전체 12개프로 가운데 8개가 일본프로를 복제, 또는 모방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드라마의 경우 트렌디 드라마의 유행이나 인기스타를 캐스팅,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냄으로써 드라마의 인기를 유지하는 스타 시스템등 전반적 경향이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교양프로그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KBS빅쇼」가 「후타리노 빅쇼」를,「역사의 라이벌」이 「라이벌 일본사」의 포맷을 들여왔다는 지적을 받은 것처럼 주로 프로그램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모방현실을 지적하는데는 전문적인 안목조차 필요없을 정도이다. YMCA시청자운동본부가 운영하는 PC통신 「시청자 옴부즈맨」에는 드라마 「개성시대」「이 여자가 사는법」과 「주병진 나이트쇼」등의 배경음악이 일본음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치않게 오른다.
위성수신용 안테나의 보급과 늘어난 해외여행으로 시청자의 안목은 날카로워지고 있는데, 방송사는 아직도 안일한 제작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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