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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년/다시 여는 반세기: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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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년/다시 여는 반세기:10­4

입력
199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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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목소리/민족통일로 진정한 광복 이루자/감정아닌 이성근거 통일 공감대를/정경록 서울대 외교학과 3년암울했던 일제통치를 벗어나 광복을 맞았으나 전민족의 역량을 함께 모으지 못하고 분단의 역사가 시작된지 어언 50년.

일제치하와 6·25전쟁을 겪지않은 나에게 광복 50주년이 갖는 의의는 사실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광복50주년이 49주년과 다를게 뭔가. 단지 1년이 더 흘렀을 뿐인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광복 50주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분단 50주년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우리가 광복과 통일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단순한 감상적 차원이 아닌 냉철한 이성에 근거한 공통분모를 말한다.

통일은 민족이 하나 되는 길이다. 남북이 탁구 단일팀을 이뤄 일본팀을 이길때, 축구 단일팀이 구미팀들과 맞설 때 우리는 말할 수 없이 뜨거운 민족애를, 하나의 민족이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면 반갑듯이 우리 민족도 다시 모여 오순도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 통일은 분단시대의 모순을 극복해 가는 길이다. 분단으로 인해 남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적으로 많은 모순을 잉태하였고, 이로 인해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일은 절실하다.

전세계적으로는 승전국도 패전국도 이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고 분단 50주년인 올해 민족내부적으로는 남한의 쌀이 북으로 가고 있다. 대립과 증오, 분열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통일을 이뤄내 빛나는 21세기를 향해서 달려가자.

◎동족아픔치유 세계로 부상 우리몫/강현조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년

72년에 태어난 나에게 광복 50주년의 감회는 부모세대에 미칠 바가 못된다.

그래서인지 기쁨보다는 분단과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이 초래한 「한민족 두나라」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동족끼리 증오와 불신을 가슴속 깊이 새긴채 사는 민족이 세계사의 주역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인 동시에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일제에 강점당했던 우리의 과거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내재된 무조건적인 배일감정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특히 운동경기에서 응원행태를 보면 아직도 치욕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우리 젊은이들을 향해 신세대니 X세대니 하며 특징지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역사의식과 비판의식이 결여돼 있다』며 우리세대의 단점으로 경박함과 현실에 대한 무감각 무신경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시절의 잔재가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겪는 아픔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신세대라고 모를리 없다. 신문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들에 결코 무심할 수 만은 없는 뜨거운 가슴을 지닌 것도 우리 젊은이들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강인한 의지력을 보여준 세 친구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짊어지고갈 건강한 몸과 마음의 소유자임을 웅변적으로 말해줬다. 분단이라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의 영광을 성취하는 것이 젊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찬송가 노랫말에 있듯이 우리는 할 일 많은 이 나라에 태어났다.

◎분단 극복해가는 분야별 과정 중요/송남종 고려대 한국사학과 4년

흔히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다.

이는 역사가 과거의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실을 통해 현재의 성격을 밝혀낸다는 의미다. 광복과 함께 우리나라는 분단의 길을 걸어왔고 분단은 50년간 민족의 화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복50년의 역사적 과제는 「분단체제의 극복」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다른 것은 분단을 단지 이론적이고 관념적인 영역으로 국한시켜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만큼 광복 50년이 되는 올해 통일문제는 우리에게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광복이후 50년사와 한반도의 미래에 있어 분단의 극복과 통일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단의 극복과 통일이 민족이 치러야할 과정이라고 하는 당위성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일의 과정 자체가 한반도의 미래를 규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의 문제는 감상과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과 현실의 문제로 간주돼야만 한다.

단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계획없이 통일을 추진하거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일부 세력이 물리력으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왜 통일이 필요한지, 통일이 가져올 영향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해 남북한이 안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과정을 밟아 추진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을 뛰어넘어 성취한 통일은 독일과 예멘이 겪었던 것 이상의 사회문제를 유발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중적 대일 의식구조 바로잡아야/김선영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3년

광복 50년, 한일국교정상화 30년.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 젊은 세대들은 일본문화의 홍수속에 살면서도 일본에 대해 또 한일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윗세대는 일본이라면 말부터 시작해 거의 대부분을 거부하고 경계하면서 한편으론 일본을 선망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그들은 겉으로는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일제상품을 맹목적으로 선호한다.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반일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이중적 의식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윗세대들의 영향탓인지 적지 않은 신세대들도 일본을 잘 알지 못하면서 그들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대중문화는 거의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유독 일본문화만을 거부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가 아닐까. 요즘 우리사회에선 「일본」을 주제로 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을 주제로 한 책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문제는 그 책들이 두나라 젊은이들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겉으로는 일본을 부러워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우리와 반대이다.

우리 신세대는 자신이 있다. 일본을 단순히 반대하기에 앞서 먼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광복 50년을 맞아 우리 신세대는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두나라 관계를 발전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친일청산 등 역사바로잡기 나설때/한수용 부산대 영어영문학과 3년

36년간의 가혹한 일제 통치가 끝난지도 올해로 반세기에 이르렀다. 희망과 환희로 가득찬 뜨거운 가슴으로 광복을 맞이했던 세대보다 그것을 경험하지못한 세대가 훨씬 많아졌다.

나이 어린 세대일수록 이제 일본은 경계나 증오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일본만화를 광적으로 탐독하고 일본의 최신 의상과 노래를 흉내낸다.

나는 우리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주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주체성의 상실은 상당부분 친일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총독부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별로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이완용의 손자가 할아버지의 유산을 찾겠다고 소송을 내기까지 했다. 광복 50주년을 맞는 지금도 역사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 할 것이다.

얼마전 정부 당국자가 일본문화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우리가 언제까지나 일본을 적대시하고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들은 우리와 지리 문화 경제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들과 미래지향적 선린우호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지금이라도 친일파를 철저히 규명,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것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길이며 주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민족의 역량이 결집될 때 광복 50주년과 함께 이어져온 분단반세기의 역사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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