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년 불구 아물지않은 「일제의 잔재」로/시혜차원 「민간기금안」은 책임회피 속셈해방50주년 광복절. 누구나 기뻐해야 할 이날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제의 잔재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 노릇을 해야만 했던 여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제는 환갑을 훨씬 넘긴 할머니들이지만 이들은 아직도 일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한다. 아니, 절대 잊을 수가 없다. 꽃다운 10대 소녀 시절 겪었던 그 상처가 너무나 아팠던 탓이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마냥 아파하지만은 않는다.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발뺌에 급급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울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일본정부의 민간 기금안을 철회시키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지난 6월14일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우호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민간기금안은 일본 민간단체들의 모금을 통해 한국과 필리핀에 거주하는 전군위안부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1인당 1백만엔(8백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정부가 이에 필요한 운영 경비 등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법적보상이 아닌 민간 시혜 차원의 모금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0년 결성돼 5년째 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공동대표 이효재)의 공식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대협 윤미향 사무실장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범죄사실 인정과 공식사과, 법적 보상이지 돈이 아니다』라며 『이는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한다.
정대협은 오는 8월30일부터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열리는 제4회 세계여성대회 비정부기구 회의에 참가, 이 문제를 집중거론할 예정이다. 정대협은 이를 위해 대회기간인 4일 필리핀 일본의 여성단체들과 함께 국제 심포지엄을 갖고 이튿날인 5일 한국의 날 행사 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홍보 및 일본의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또하나 할머니들이 할 일이 있다. 매주 수요일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시위를 계속하는 일이다. 지난 8일로 1백77회째를 맞은 수요 시위는 할머니들에겐 한 주도 거를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수요시위는 할머니들이 아직도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는 한, 광복 50년이 되도록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분노,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한 섭섭함을 토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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