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실험만으로 충분” 미 자신감 반영/각국 “환영”… 이라크·북한에도 압력될듯지난 11일에 있은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핵실험 영구 중단결정발표는 핵실험 중지여부를 둘러싼 미정부내 오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데 우선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이같은 결정으로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 온 내년시한의 핵보유국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협상의 타결전망이 밝아졌다.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미보수진영은 그동안 핵실험을 중단하더라도 TNT 0·5톤 규모 이하의 소규모 핵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핵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일체의 핵폭발이 없는 모의 핵실험만으로도 보유 핵무기의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클린턴대통령에게 건의,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클린턴대통령의 이같은 결정배경에는 미국이 다른 핵보유국들과는 달리 모의 핵실험기술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국방부등 보수진영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발표문에 미국의 핵억지력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미국의 국가이익이 손상된다고 판단될 경우 의회동의를 받아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둔다고 밝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CTBT협상에 임하고 있는 5대 핵강국에 강력한 압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은밀히 핵개발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이라크 이란등에 적지 않은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5대 핵강국중 독자적인 핵실험장이 없는 영국은 미네바다실험장에서 핵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당장 미국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년 5월까지 핵실험한뒤 핵실험 영구 중단협정에 서명하겠다는 프랑스도 정책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이 핵실험금지에 대해 원칙적인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평화적인 핵실험」을 계속 하겠다고 밝히고 나섰고 러시아도 수십톤범위내의 소규모 핵실험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등 「클린턴 핵독트린」의 효과는 벌써부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클린턴미대통령의 핵실험 영구 중단 결정발표에 대해 세계 각국은 환영하고 있다. 일본은 외무성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실험 전면금지를 촉구하는 것은 일본정책과 부합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이번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 핵실험 재개조치에 강력히 반대해왔던 호주와 뉴질랜드는 클린턴의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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