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점 선도… 대기업들 속속 참여시중가격 1천5백50원인 오렌지주스 한병이 1천3백50원. 6천6백원인 건전지 12개는 2천5백원. 2만4천6백원인 24개들이 캔맥주 한박스 2만3천원. 최근 상가에 소용돌이를 몰고온 가격파괴점의 상품가격이다. 이같은 가격파괴는 의류등에서 더욱 심해 남대문시장에서도 4만∼5만원에 팔리는 T셔츠 한장을 2만3천원에 살 수 있고 1만4천원짜리 숙녀양말 5켤레는 4천5백원에 불과하다.
컴퓨터만 판매하는 컴퓨터전문매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고 주로 대리점을 통해 유통되던 가전제품도 한 매장에 여러업체의 상품이 진열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제조업체가 정하는 권장소비자가격은 구속력을 잃고 있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가 지나가고 제조업이 주도하던 상품시장이 유통업 우위로 전환하는 신유통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프라이스클럽등 가격파괴점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이같은 상품시장의 판도변화는 96년1월로 예정된 국내 유통시장의 전면개방과 함께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유통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가격파괴점. 신세계백화점이 개장한 프라이스클럽과 롯데의 창고가격코너, 뉴코아의 킴스클럽 등이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영업중이다. 킴스클럽은 내달중 수원에도 6천여평의 매장을 추가 개장키로 하는등 이 매장을 전국에 10여개까지 늘릴 계획이고 LG유통은 경기 일산에 시중가격보다 25%가량 싼 수산물 가격파괴점을, 선경유통은 광주에 슈퍼마켓과 할인판매점 창고형도소매점을 두루 합친 스마트슈퍼센터를, 삼성그룹도 창고형매장을 설립키로 하는등 가격파괴점은 앞으로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전문가들은 이같은 할인점의 시장규모는 2000년께 국내 전체 유통매출액의 6%대인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그룹의 주도로 들어설 새로운 유통전문업체는 내년 1월초부터 국내에 상륙할 외국 전문유통업체와의 제휴형태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네덜란드의 다국적 도매업체인 홀딩사와 카푸사, 미국의 월마트와 K마트, 타이완의 테이트, 일본 다이에등 17개 외국 유통사들이 국내 진출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업체들의 국내진출 형태는 백화점은 물론 무인점포 양판점 할인점등 다양한 형태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외국 유통사와 제휴하거나 독자적으로 유통업에 본격 참여하고 앞으로 이를 본격화할 대기업들은 기존 백화점업체와 삼성 LG 코오롱 애경등이다. 삼성그룹은 서울 명동의 제일백화점을 30년간 장기임대, 패션중심의 유통망을 확보한데 이어 옛 화신백화점자리에 백화점을 차릴 계획이며 LG그룹은 2000년까지 수도권과 대도시에 대형백화점 10개를 세운다는 중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기업들이 제조업우위시대에서 유통업우위시대로 바뀌고 있는 상품시장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상품시장에서 이처럼 큰 변화가 일고 있으나 정부의 관련 제도정비나 지원은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부처중에는 통상산업부만이 유통업체와 관련한 법령을 제정 집행하고 있으며 그나마 있는 도소매업진흥법도 법만 있고 특별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삼성물산 이금룡 유통사업팀장은 『상품을 만들어 가격을 정하고 광고나 낸 뒤 대리점을 통해 물건을 팔던 시대는 완전히 지났다』며 『앞으로 국내 제조업체는 이들 전문유통사들에게 끌려다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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