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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과 사면(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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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과 사면(장명수 칼럼)

입력
1995.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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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광복 50돌을 맞아 공안사범 8백55명과 일반 형사범 2천3백14명등 모두 3천1백69명을 사면·복권시킨다고 발표했다. 나라의 명절에 대사면 조치를 베푸는 것은 좋은 관례지만, 이번에 사면·복권되는 사람들의 이름중에는 동의하기 힘든 이름도 있다.이번 조치는 김영삼정부 출범후 4번째의 대사면이다. 그동안 세차례의 사면은 과거의 정부에서 형을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구제와 화합의 조치였는데,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형미실효자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특별사면등은 문민정부에 걸맞은 상징성이 있었다. 이번 사면에는 현정부 출범후 적발된 대형 비리사건 연루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사정과 사면이 동전의 양면처럼 쉽게 뒤집어진다는 불쾌감을 준다.

김대통령이 집권하자 마자 펼친 서릿발 같은 사정정국은 국민에게 부정부패 없는 새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대통령의 인기를 치솟게 한 원천이었다. 슬롯머신사건, 동화은행사건, 율곡비리, 군인사비리, 한전뇌물사건등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고위공직자들의 모습은 국민에게 단순한 분노를 넘어 슬픔을 안겨 주었다. 그들중 몇사람의 비리는 파렴치범 수준이어서 국민이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김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과거를 청산하고 국민이 다같이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민정부에서 형을 받은 사람중에는 정치범이 없고 비리사건 연루자들 뿐이므로 그들을 사면·복권시킬 경우 자칫 개혁 후퇴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던 청와대가 「대화합」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집권후반기를 맞아 모든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온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비리사건 연루자들이 불과 2년만에 한꺼번에 사면·복권되어 과거를 툭툭 털어버리고 다시 공직에 앉는다면, 그런 개혁과 변화는 해서 뭘 하자는 것인가. 사정에 걸린 사람은 단지 재수가 없었거나, 본보기로 망신을 당했거나, 정치보복을 당한 것일뿐이라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대체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사정과 사면이 동전의 양면이 될 수 없다면, 김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개혁의 후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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